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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복합일조권' 침해 첫 인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아파트들이 개별적으로는 인근 건축물의 일조권을 크게 침해하지 않더라도 인접한 아파트와 함께 다른 아파트의 일조권을 심하게 침해할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복합 일조권 침해' 를 인정한 셈이다.

일조권 침해의 범위를 넓게 해석한 이 판결로 자투리땅을 이용해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이 일조권 침해 여부에 더욱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河光鎬부장판사)는 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동서울한양아파트 주민 46명이 인근에 지어진 아파트의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인 동아.두산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3억9천5백여만원을 지급하라" 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서울아파트는 원래 동지 기준으로 오전 8시~오후 4시까지 모두 일조 시간이었으나 2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동아.두산아파트가 오전과 오후에 걸쳐 일조권을 침해하는 점이 인정된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연중 햇볕이 제일 적은 동지 때 오전 9시~오후 3시에 일조시간이 연속 2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고 오전 8시~오후 4시에 4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일조권이 침해된 것으로 봐야 한다" 고 설명했다.

동아.두산아파트는 개별적으로는 이 기준을 넘어서지 않지만 각각의 일조권 침해 시간을 합칠 경우 법원이 인정하는 한도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고층 아파트 신축시 인접 거주자의 일조권 침해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아파트를 건축한 것은 원고들에 대한 불법 공동행위" 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조합과 건설회사의 책임 비율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시행자인 재개발조합은 토지만 제공했을 뿐 건설회사들이 설계 및 건축과정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만큼 시공사의 주의의무가 더 크다" 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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