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김수환 추기경에 처음 한 부탁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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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얼굴) 대통령이 22일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과 김 추기경의 첫 만남은 현대중공업 근로자를 위한 병원을 짓던 1970년대 중반이었다고 한다. 당시 병원 운영을 부탁하자 김 추기경은 “왜 우리에게 맡기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신부님·수녀님이 맡아 주시면 근로자들이 빨리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젊은 시절 가톨릭병원에서 큰 도움을 받은 기억 때문이라고 한다. 60년대 초 훈련소에 입대했다가 병(기관지확장증)으로 퇴소당한 이 대통령을 무료로 돌봐준 곳이 가톨릭병원이었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과 관련해선 책 얘기를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무소유』가 좋아 자주 읽었다”며 “여름휴가와 해외출장 갈 때 그분의 저서를 비행기 안에서 읽곤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롭게』란 책을 한 인터넷 서점을 통해 추천도서로 권장했었다. 이 대통령은 “두 분은 평생 말씀대로 사셨다. 스스로 실천하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느냐”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설 주제가 먼저 결정됐기 때문에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강 살리기 반대나 ‘봉은사 파문’과는 무관하다”면서도 “다만 연설을 통해 대통령을 둘러싼 ‘종교편향 논란’이 좀 잦아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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