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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기업들도 동참 … 쑥쑥 자라는 ‘무한돌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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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기도 오산시에 사는 한송희(25·여)씨는 2007년 6월 의료사고를 당했다. 수술을 받던 중 소장을 다쳐 물조차 먹지 못하고 2년 넘게 수액으로 연명해야 했다. 한씨의 아버지는 병원과 소송하느라 직장마저 잃었다. 어머니는 딸 간호에 매달려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한씨의 사정을 전해 들은 오산시가 나섰다. 오산시는 한씨 가족에게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 등 4300만원을 지원했다. 한씨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소장 이식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남양주시 무한돌봄센터 직원이 주민의 집을 찾아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남양주시 제공]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의 이숙자(47·가명·주부)씨. 남편은 사업에 실패한 후 도박에 빠져 경찰에 쫓기고 있다. 이씨는 2002년 자궁경부암 수술의 후유증으로 허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거동하기조차 힘들다. 세 자녀 중 첫째는 간호조무사이나 심장병 때문에 직장을 다니지 못한다. 둘째·셋째는 학생이다. 가족의 수입이 없어 치료비를 대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생계를 잇기도 쉽지 않다. 이씨는 2월 남양주시로부터 긴급 생계비 93만원을 지원받았다. 허리 치료비 200만원도 받았다. 이씨는 “허리 치료가 끝나는 대로 간병인으로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시행 중인 무한돌봄사업이 위기 가정의 ‘희망 전도사’로 자리 잡았다. 이 사업은 갑작스럽게 경제적 위기에 빠진 시민들을 돕기 위해 2008년 11월 도입한 복지 프로그램이다.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무제한·무기한으로 돕겠다는 뜻에서 ‘무한돌봄’으로 이름을 정했다. 정부의 저소득층 복지사업 지원 대상 조건에 맞지 않아 도움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이 대상이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1년4개월 동안 3만157가구가 생계비 319억원, 의료비 64억원, 교육비 8억원, 주거·연료비 9억원 등 모두 400억원을 지원받았다. 지원 규모와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금융재산 120만원 이하 가정’에서 ‘300만원 이하 가정’으로 대상자를 넓혔다. 의료비 지원도 한 번에 300만원까지, 두 번까지 주던 규정을 없앴다. 지원받은 돈은 갚지 않아도 된다. 정부의 긴급복지지원제도는 선정 기준이 까다롭고 수혜기간도 최대 4개월로 한정돼 있다.

경기도는 올해 모든 시·군에 무한돌봄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남양주시 주민생활지원과 김문희 팀장은 “무한돌봄센터에서는 시청과 병원, 학교, 정신보건센터, 아동센터 등 협력기관과 협의해 맞춤형 원스톱 복지서비스를 한다”고 말했다. 시청·보건소 직원,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 분야별 전문가가 상담한 뒤 생계비나 의료비를 지원하게 된다. 현재 남양주시와 고양·안산·성남·광주·오산·안성시에 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원 받기를 희망하면 본인이나 가족이 주민자치센터나 읍·면사무소에 신청하면 된다.

경기도 복지정책과 박춘배 과장은 “올 들어 종교계와 민간 복지단체, 기업들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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