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파크’ 지성 듬직한 맨유 중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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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전 결승골이라는 최고의 무공훈장을 얻은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의 앞길에 거칠 게 없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다시금 박지성을 빅게임 플레이어(강호와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는 중심선수)로 중용하며 프리미어리그 4연패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두겠다고 자신했다. 박지성은 22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끝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홈 경기에서 후반 15분 역전 헤딩 결승골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숙적 리버풀을 상대로 결승골을 뽑아낸 것은 감독과 동료뿐 아니라 구단과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리그 우승을 놓고 첼시·아스널과 살얼음판 경쟁을 펼치고 있던 상황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겼으니 맨유의 보배로 대접받을 만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하자 많은 전문가들은 박지성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골잡이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려면 박지성 같은 수비적인 선수보다 득점력 높은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예상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시즌 초반 감기 몸살과 무릎 부상 후유증이 겹치며 결장을 거듭했다. 간간이 교체 출전하는 정도로 위상도 격하됐다.

박지성은 스스로 위기를 이겨냈다. 2월 1일 아스널전에서 40m를 질주한 끝에 시즌 첫 골을 만들어냈다. 불과 11초 만에 성공한 역습이라 호날두가 떠난 후 급락한 맨유의 역습 속도를 걱정하던 영국 언론이 박지성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3월 들어 펄펄 날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AC 밀란(이탈리아)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때는 밀란의 핵심 안드레아 피를로를 원천봉쇄한 데 이어 쐐기골까지 뽑으며 4-0 대승을 도왔다. 15일 풀럼전에서 베르바토프의 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리버풀전 결승골까지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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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감독은 “환상적이었다. 리버풀전에서 과거와는 다른 역할을 주문했지만 그는 훌륭히 소화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박지성은 측면이 아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처진 스트라이커로 공격 일선에 나섰다. 그의 가치를 ‘수비형 윙어’로 국한하던 영국 언론은 박지성을 ‘센트럴 파크’(중앙 미드필더 박지성)로 부르며 다목적 선수의 위력에 감탄을 토해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 온라인’은 “최근 박지성은 아스널·AC밀란·리버풀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골을 뽑아냈다. 팬들의 비난을 잠재웠음은 물론 맨유의 핵심 선수임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측면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예리해진 박지성의 부활은 허정무팀에게도 희소식이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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