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부활] 공자 부활과 중국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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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로운 유교'를 쓴 벨 교수는 개방 초기 중국이 채용한 외국인 교수다.

대니얼 A 벨(46) 교수는 『중국의 새로운 유교』 등의 저서와 가디언·뉴스위크와 같은 유수 언론매체에 싣고 있는 칼럼으로 중국발 공자 부활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캐나다 태생인 벨 교수는 맥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벨 교수를 1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 요지.

-유교는 중국에서 사망 선고를 받은 게 아니었나.
“중국의 자유주의자나 마르크스주의자나 유교를 포함한 중국의 전통이 후진성의 원인이라고 봤다. 그래서 유교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유교의 뿌리는 깊고도 강했다. 심지어 현재 새로운 유교 운동을 이끄는 지식인 중 일부는 문화혁명기에 공자 비판을 위해 유교 경전을 읽다가 유교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사람들이다.”

-유교는 중국의 국가 이념이나 적어도 보조적 이념이 될 것인가.
“예측하기 힘들다. 중국의 국가 이데올로기에 중대한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마르크스주의를 신뢰하는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이데올로기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전통에 입각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당연히 유교는 유력한 대안이다. 그러나 수년 내로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혁명을 위해 희생한 원로 당 간부들이 공산주의를 유교로 대체하는 것에 반대할 것이다.”

-유교는 동아시아국가들, 즉 한·중·일 그리고 어쩌면 베트남까지 한데 묶을 수 있을 것인가.
“유교는 보편적이기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 나라별 상황이 어떻게 동아시아 지역 전체 상황에서 통합되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은 전통보다는 서구를 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교가 일상생활에서 실천되고 있으나 공공적으로 중요한 가치 체계는 아니다. 중국의 경우 유교는 평등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적 성향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공자는 예수나 부처, 민주주의의 영웅들에 비해 덜 흥미롭거나 심지어 ‘따분한’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공자와 제자 간의 관계는 함께 우스갯소리도 하고 노래 부르고 춤추며 편하게 토론하는 관계였다. '논어'를 읽어보면 공자가 꿈꾼 미래는 전혀 따분한 게 아니었다.”

-유교는 앞으로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칭화대 동료인 옌쉐퉁 교수가 이 문제에 대해 성찰해 왔다. 그의 다음과 같은 의견에 동의한다. ‘국제관계에는 위계 서열이 있다. 유교는 강국과 소국의 힘의 차이를 인정하고 강국이 약한 국가에 보다 넉넉하게 대한다. 국가는 모두 평등하다는 서구의 국제정치 사상은 위선적이다’. 한편 옌쉐퉁 교수는 유교는 신분이 아니라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세계의 인재들이 중국에 몰려들 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교는 세계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그렇다. 유교는 자유주의·그리스도교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보편성으로 접근할 수 있는 철학이자 가치 체계다.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게 아니다. 유교 비전은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유교를 실천하느냐와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유교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서구의 경우 비서구 세계로부터 배우는 데 인색했다. 중국의 경우 어떨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마르크시즘을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게 더 쉽지 않을까.
“그런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이 있다. 약자에 대한 고려 등 사회주의적 가치는 중국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현재로선 중국에서 신뢰성을 상실했다.”

-중국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유교는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가.
“중국의 신(新)유교주의자는 개혁적이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 보다 개방된 사회를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다당제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자유민주주는 사회적 갈등을 격화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투표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지만 유교는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익까지 고려한다는 게 신유교주의자들의 생각이다.”

다니엘 A 벨 칭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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