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이긴 김연아 한국 경제와 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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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김연아 선수와 닮았습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IR)에서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설명에 앞서 김연아 선수의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장면 비디오를 틀었다. 딱딱한 숫자와 설명을 기대했던 120여 명 월스트리트 관계자 사이에선 웃음이 번졌다.

허 차관은 “김 선수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땄다”며 “그러나 그도 무수히 얼음판에서 넘어지고 좌절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도 1997년에 이어 2008년 두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참고 견뎠다”며 “위기 극복을 넘어 한국은 올해 G20(주요 20개국) 회의 주최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한국은 지난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V’자 회복의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의 위상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국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에 350만 명이 참여해 170t을 모았던 사실, 2002 한·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응원, 태안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당시 회복기간을 단축한 자원봉사자의 노력 등을 한국의 강점으로 소개했다. 그의 IR이 끝나자 이날 사회를 본 메릴린치 관계자는 “금메달감 프레젠테이션이었다”고 말했다.

참석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10여 차례 질의와 허 차관의 설명이 이어졌으며 월가에선 특히 한국 주식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 시기가 언제가 될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허 차관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앞서 올 상반기 중 씨티은행이 발표하고 있는 주요국 국채지수(WGBI)에 한국 국채가 포함될 전망”이라며 “MSCI도 이를 감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GBI 지수는 주로 글로벌 투자자가 채권에 투자할 때 참고하는 지수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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