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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국립극장 '문화나눔장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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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국립극장 소속 예술인들이 ‘아름다운 가게’ 경매행사에 참가해 자신이 기증한 예술품들을 펼쳐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대금을 든 최승화(국립 국악관현악단 감독)씨, 장민호(국립극단 배우)씨, 합죽선을 든 김명곤(극장장)씨, 백성희(국립극단 배우)씨. 최승식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3시 단풍물을 곱게 머금기 시작한 서울 남산에 흥겨운 풍물패 장단이 울려퍼졌다. 국립극장 앞 문화광장에 장터가 마련돼 일본 가부키에 등장하는 이무기인형, 조율된 가야금, 카자흐스탄 토속모자 등 사연이 담뿍 담긴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나란히 좌판에 누워 새 주인을 기다렸다.

이날 행사는 10개월간의 보수공사를 마친 국립극장이 재개관 기념 첫번째 행사로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게'와 공동으로 마련한 '문화 나눔장터'였다. 아름다운 가게가 야외에서 문화를 테마로 다양한 공연과 함께 행사를 열기는 처음이다. 김명곤(52) 극장장을 비롯한 국립극장 예술단원들과 직원들이 순회공연을 다니며 모은 진기한 물건과 안 쓰는 생활용품 등 1000여점을 내놓았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도 인문.예술관련 서적 1000여권을 기증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중견 예술인들이 기증한 애장품 경매. 김 극장장을 비롯해 이윤택(52) 국립극단 예술감독, 안숙선(55)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최상화(47)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등이 차례로 물건 팔기에 나섰다. 영화 '서편제' 때 소품으로 쓴 합죽선과 가죽구두를 내놓은 김 극장장은 10만원에 팔리자 "제가 대학시절 우연히 판소리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오늘 하루의 우연한 인연이 시민들의 문화 생활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여년 전 국립극장 개관식 기념공연 '성웅(聖雄) 이순신'에서 주연을 맡았던 원로배우 장민호(80)씨는 베세토 연극제 때 중국 선양(瀋陽)에서 가져온 청동 주전자를 내놓으며 "우리 예술의 혼맥을 이어온 국립극장이 앞장서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 축배를 들자"고 외쳤다.

이날 행사에서는 209만원어치의 물건이 팔렸다. 행사 수익금의 절반은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연 관람 사업에 쓰이게 된다. 지난 5년 동안 '장애인 정보시대'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이날 국립극장 측에 부탁해 30명의 장애인들에게 재개관 기념 첫 공연 '제비'를 무료로 보여준 권연건(57.지체장애 3급)씨는 "오늘 행사를 계기로 국립극장이 딱딱한 관료적 이미지를 벗고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원진 기자 <jealivre@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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