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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은 어떤 빛깔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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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미치고 싶을 때’

▶ ‘러브 인 아프리카’

독일 영화 두 편이 곧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영화의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둘 다 사랑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와 해석을 담은 작품이다. 영상보다 줄거리 위주로 짜여져 보통의 유럽 영화에 비해 내용 이해가 쉬운 것도 공통점이다.

둘 중 앞서 개봉(12일)하는 '미치고 싶을 때'(원제 'Gegen die Wand')는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받은 올해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올해 독일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촬영상 등을 휩쓴 작품이기도 하다.

다음달 개봉 예정인 '러브 인 아프리카'(원제 'Nirgendwo in Afrika') 역시 상 복이 많은 영화다. 지난해의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과 2002년 독일영화제 작품상.감독상.음악상 등을 받았다. 두 영화 모두 최근 독일 영화의 대표작이다.

◆ '미치고 싶을 때'=연인을 잃어버린 남자는 세상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자신의 영혼이 평온해지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차를 몰아 벽으로 돌진한다. 부모의 속박에 얽매여 사는 여자는 자유를 꿈꾼다. 그녀는 집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동맥을 끊는다. 이 두 사람이 병원에서 만난다. 영화는 그렇게 '미치고 싶을 때' 만난 남녀를 비추며 시작한다.

그들은 위장결혼을 한다. 결혼은 여자에게는 가출을, 남자에게는 또 다른 무의미한 일을 의미했다. 여자는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여러 남자들의 품을 찾아다니며 자유를 즐긴다. 남자 역시 술과 마약에 찌든 생활을 이어간다. 그렇게 무심한 관계가 지속되다 둘은 때늦은 교감을 갖는다.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운명은 곧 이들을 갈라놓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의 재회만을 허락한다.

이 영화로 국제적 명사가 된 파티 아킨 감독이 보여주려는 것은 사랑의 다양한 단면들. 사랑이 남자에게는 사치였고 여자에겐 욕망이었으나 결국에는 '미치도록 괴롭히고 유혹하는 그 무엇'이 된다. 그러면서도 사랑을 '회전목마처럼 주위만 빙빙 돌다가 내려올 때는 허탈한 것'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18세 이상 관람가로, 남녀의 성애장면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어쩌면 그게 사랑의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하듯.

◆ '러브 인 아프리카'=유대인 판사인 남자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직전 독일에서 빠져나와 아프리카 케냐에 정착한다. 딸을 데리고 뒤따라 온 그의 부인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사에 불만이 가득하다. 목마른 대지는 먼지만 날리고 농장일은 힙겹기만 하다. 문명의 혜택을 덜 받았던 5살짜리 딸만 천진하게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을 즐길 뿐이다. 남자는 일상의 탈출구를 찾다 영국군에 입대해 전쟁에 참여하고 여자는 다른 남자와 부정을 저지른다. 전쟁은 끝나고 남자는 독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지만 여자는 홀로 남겠다고 한다. 줄곧 엇나가는 부부의 사랑이 위태롭다.

그러나 둘이 힘을 합해 농장을 습격한 메뚜기떼를 쫓아버린 날 남자는 그곳과 그 일이 이미 자신의 일부임을 발견한다. 부인에게 늘 현실에 적응하라고 외치던 자신이 오히려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다시 부인에게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익숙한 사람에게서 발견하는 새로운 사랑을 그린 이 영화에선 아프리카의 광활한 자연이 140분 동안 배경으로 펼쳐진다. 부부의 딸로 연기한 레아 쿠르카의 연기도 일품.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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