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송] '개콘'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비타민은 기름에 녹는 지용성, 물에 녹는 수용성 어쩌고 저쩌고…%$#@!@$*)()@#$%…"

지난달 24일 밤 KBS 별관 공개 스튜디오. 오랜만에 듣는 '수다맨'(강성범)의 입담에 200여명의 방청객은 자지러진다. "그렇지~""아니지~"하고 즉석에서 추임새가 나온다. '옥동자'(정종철)가 삐용뛰융 갖은 소리를 흉내내자 '우비소녀'(김다래)가 큰 눈을 앙증맞게 깜빡거린다. '댄서 김'(김기수)이 무대에서 다리를 찢는가 하면 '싸가지' 김영철이 "미안합니다~"를 연발한다. KBS '개그콘서트'의 역대 인기 코너가 한 무대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듯 낯익은 장면들이 관객들을 익숙한 즐거움으로 몰아간다.

'개콘' 특집 프로그램 녹화장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2일부터 매주 월~목(오후 6시50분) 방영하는 KBS-2TV '방방'의 첫 녹화 현장이다. 양기선 PD가 "컷!"을 외치고, 대본 앞머리엔 장덕균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개콘'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멤버들이 모두 모인 것.

'방방'은 '논스톱'같은 시트콤과 '개콘'이 결합한 듯한 프로그램이다. 광고회사를 무대로 매회 새로운 광고를 제작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오렌지색의 커다란 소파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상황에 따른 연기를 펼치는 것은 전형적인 시트콤 스타일이다. '꽃미남'(성수현)과 '깜찍녀'(윤은혜)의 발랄한 연기도 그렇다. 하지만 장면장면은 오히려 개콘에 가깝다. 대본의 설정은 가져오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애드리브(즉흥 연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현란한 개인기도 종종 등장한다. 개콘의 캐릭터들도 이름과 역할만 바뀌고 그대로 살렸다.

'개콘'의 재탕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양기선 PD는 "신승훈이 갑자기 힙합하면 어색하잖습니까"라고 답한다. 식상하리만큼 익숙한 시트콤과 콘서트형 개그의 어우러짐에 일단 방청객들은 "신선해요""되게 웃겨요"라고 반응했다.

스타 개그맨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아 녹화를 하루에 몰아서 한다. "30분짜리 4개를 한번에 하려니 '개콘' 두세배로 힘들다"(박준형)고 털어놓았지만 결혼식 다음날 아침부터 녹화장에 나온 강성범을 비롯해 모두들 열의에 가득 차 있었다. 이날 녹화는 오후 10시30분에 끝났다.

구희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