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축구] 히딩크 '속도 축구' 불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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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히딩크호가 국제대회 첫 우승을 일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새벽(한국시간) LG컵 이집트 4개국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홈팀 이집트를 2 - 1로 꺾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고 컨페더레이션스컵(5월 30일~6월 10일)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히딩크 감독 취임 이후 홍콩.두바이 대회에 이어 세번째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데에는 해외파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설기현(22.로열 앤트워프)과 박지성(20).안효연(23.이상 교토 퍼플상가)은 약속이나 한듯 펄펄 날았다.

좌.우에서 하석주.박성배의 지원을 받으며 원톱으로 출전한 설선수는 운동장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최전방을 누비며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설선수는 몸싸움에서 지지 않았고 뛰어난 볼 키핑력으로 이집트 수비들을 달고 다녔다.

전반 12분 하석주의 선제골도 설선수의 발끝에서 나왔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깊숙이 찔러준 공을 수비수와 경합 끝에 헤딩으로 따낸 설선수는 낮은 센터링을 날렸고, 뛰어들던 하석주의 왼발 슛으로 첫골을 얻었다.

플레이메이커로 기용된 박선수는 '인간 기관차' 라는 표현을 떠올릴 정도로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기동력을 발휘했다. 선수 기용과 전형에서 변화를 추구해온 히딩크 감독은 "이집트 전에서는 윤정환보다 수비 가담이 뛰어난 박지성이 제격이었다" 고 단언했다.

안효연은 후반 15분 교체돼 들어가자마자 왼쪽 사이드 라인을 따라 10여m를 치고들어가다 중앙으로 방향을 바꿔 오른발 슛, 결승골을 혼자서 만들어냈다. 골키퍼 김용대는 1 - 1 동점에서 페널티 킥을 막아내는 등 수비에서 수훈갑이었고, 처음으로 수비수로 기용된 서덕규는 자기 몫을 훌륭히 수행해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에 상대한 팀이 주전급 선수들이 모두 빠진 이란과 이집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승에 흥분할 필요는 없으나 설기현.윤정환.강철.하석주.김용대.서덕규 등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과 히딩크 감독의 '속도 축구' 를 선수들이 소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수확으로 꼽을 수 있다.

한편 대표팀은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을 5일 앞둔 5월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또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카메룬과 평가전을 갖는다.

카이로(이집트)=신준봉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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