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이 오른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 는 국내 초연작이다. 베르디 1백주기를 계기로 국립오페라단이 마음먹고 기획한 오페라다. 귀에 익은 아리아라든지 화려한 발레장면이 없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오페라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예컨대 결혼식 장면도 백스테이지에서 합창으로 처리한다. 굳이 무대에서 실제 장면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음악만으로 충분히 줄거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복잡미묘한 심리상태까지 표현해 내는 중창과 관현악의 뉘앙스로 작품의 깊이를 더해준다.

'보카네그라' 는 정치적 음모에 희생되면서까지 부성애를 발휘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프롤로그에서 시몬의 아내 마리아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행렬은 3막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장렬한 최후를 암시하는가 하면, 대형 액자 같은 2개의 보조막과 출입구의 장식 세공.부분 조명 등은 충분히 극중 공간을 짐작케 한다.

덕분에 온통 자주빛의 계단형 무대는 제노바 광장에서 궁정의 정원, 총독궁의 회의실과 침실로 자유자재로 바뀐다. 다소 경제적인 무대와는 대조적으로 시민.의원 등 군중도 화려한 의상으로 꾸몄다.

코리안심포니와 출연진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끌어가는 지휘자 조르지오 모란디는 음악적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몬 역의 바리톤 전기홍은 정확한 초점에다 뚜렷한 음색으로 비극미를 잘 살려냈고, 바리톤 우주호는 자연스런 연기로 무대를 압도했다.

소프라노 김향란과 이지연(아멜리아 역)의 탄탄한 음악성과 노련한 연기도 눈길을 끌었다. 표트르 글루보키와 함께 피에스코 역을 맡은 베이스 김요한, 테너 카를로 벤트레와 이현(가브리엘레 역)의 호소력 짙은 발성은 충분히 감동을 자아낸다. 바리톤 김승철.베이스 변승욱 등 새로운 얼굴의 활약도 눈부시다. 29일까지. 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4시. 02-586-5282.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