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발 법조비리'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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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춘천 지역의 법원.검찰 관계자들이 변호사 등에게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단서가 포착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29일 "춘천에서 활동하는 K변호사가 지난해 2월 몇명의 판사에게 룸살롱에서 향응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 중 C판사는 성 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있어 사실인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C판사는 이달 초 사표를 제출, 수리됐다.

이에 앞서 검찰은 K변호사가 접대 장소로 자주 이용하던 S룸살롱과 이 룸살롱 업주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법조인의 이름이 담긴 고객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예금통장과 메모지 등 관련 서류를 입수했다.

◆ '법조 비리'로 비화되나=K변호사는 춘천의 법조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지방 대학을 졸업한 K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개업해 최근까지 수임실적 상위권에 꾸준히 올랐다. 판.검사의 경력이 없는 K변호사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춘천 지역 법조인들과의 '특별한 관계'가 일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은 K변호사를 조만간 소환 조사한 뒤 C 전 판사를 포함해 K변호사에게서 향응을 받은 법조인들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특히 검찰은 법원.검찰.경찰 관계자들이 S룸살롱에 수시로 출입했다는 관련자의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가 확대될 경우 과거 의정부(1997년).대전(99년)에 이은 대형 '법조비리'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K변호사는 29일 본지 기자와 만나 "C 전 판사와 단 한차례 회식자리를 가진 것은 맞다"며 "판사 등에게 금품을 주거나 향응을 베푼 적도, 이후에 다시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 사건 발단=금전 문제로 업주와 갈등을 빚던 S룸살롱 여종업원은 지난 5월 업주를 비호하는 춘천의 법조계 인사들이 자신의 업소에 드나들며 향응을 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부패방지위원회에 냈다. 이후 부방위는 자체 조사를 벌이고 이달 초 C 전 판사의 성 접대 의혹 등을 담은 조사자료를 서울고검에 넘겼다. 당시 여종업원은 진정 과정에서 "업주가 윤락행위를 강요했다"며 자신이 만든 '윤락 리스트'를 제출했다고 한다. 여기에 판사 등 여러 명의 법조인 이름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 수사 전망=검찰은 우선 리스트에 등장하는 법조인들이 성 향응을 받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단순 성매매일 경우 윤락행위방지법이 적용된다. 또 K변호사를 상대로 현직 판사 등에게 향응과 성 접대를 한 경위를 추궁, 대가성 여부를 조사한다.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뇌물죄 등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고검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 춘천지검의 검사 대신 서울고검에서 부장급 간부를 파견하는 등 검사 2명 등 4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조강수.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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