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오투리조트’ 공사비만 4100억 … 문 연 뒤에도 매년 수십억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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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관광개발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오투리조트’.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의 ‘오투리조트’를 위해 2001년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를 설립했다. 오투리조트는 황진동 일대 480만㎡에 스키장·골프장·콘도·유스호스텔이 들어서는 복합레저시설로 강원도가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이었다. 총 공사비를 28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2008년 공사가 끝났을 때 공사비는 41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당시 갚지 못한 공사비는 800억원,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리조트의 문을 연 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2006년에 36억원, 2007년에 40억원, 2008년에 116억원의 적자가 났다. 주변에 비슷한 형태로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리조트가 40여 개나 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것이 문제였다. 앞으로도 전망이 불투명해 10년간 1216억원의 누적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강원랜드 등 리조트 사업에 관심 있는 업체에 공사를 매각하도록 결정했다.

충청남도는 1999년 농축산물의 가공·거래를 위해 농축산물류센터관리공사를 설립했다. 이 공사는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에 2만3818㎡ 규모의 농·축산 물류센터를 지었다. 저장저온실, 축산물 가공장 등을 만들어 ‘농·축산물 유통 허브’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물류센터는 실제 목적과 달리 모두 임대사업에 사용됐다. 센터에 입주한 기업 12개 중 7개는 농·축산물과 관련없는 일반 기업이다. 부실·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두 공기업에 모두 ‘청산’이라는 철퇴가 내려졌다.

구미시의 구미원예수출공사는 국화를 재배해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1999년에 만들어졌다. 공사에서 근무하는 54명의 직원 중 10명만 정규직이고 44명은 꽃을 재배하는 일용직 노동자다. 공사의 규모가 작고, 재배하는 꽃도 국화에 한정되다 보니 적자는 갈수록 쌓였다. 주차장·복지회관 등 구미시의 각종 시설을 관리하는 구미시설공단의 2008년도 수입은 39억원, 지출은 176억원이다. 구본근 행안부 회계공기업과장은 “구미시가 규모가 작은 두 곳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경영한다면 적자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돼 통합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조건부 청산’ 명령이 내려진 통영관광개발공사의 설립 목적은 토지·택지 등의 개발사업이다. 그러나 공사는 케이블카 운영사업에만 매진했다. 이에 정부는 2011년까지 계획된 산양스포츠파크 운영과 해상교통망·도남관광지 운영 등의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공사를 청산하라고 통영시에 통보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에 해당 기업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충청남도 유병운 농업정책과장은 “농·축산 물류센터의 매각을 위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출범 4년 만에 자본금 전액이 잠식돼 매각이 추진돼 왔으나 희망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표류해 왔다. 원가 분석 결과 부지(연면적 32498㎡)와 시설을 600억원 이상 받아야 하는데 시세는 500억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의 청산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다만 막대한 부채(2474억원)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 청산이 가능할지 걱정하고 있다. 용인지방공사와 용인시설공단의 통합을 요구받은 용인시는 “두 기관의 기구 및 인력 조정, 사업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해 통합 주체와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춘천시설관리공단과 춘천도시개발공사를 통합해야 하는 춘천시는 2개 기관을 합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춘천시는 도시 개발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08년 설립한 도시개발공사는 기존 시설을 관리하는 공단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포도시개발공사와 김포시설관리공단을 지도·감독하는 김포시 기획감사담당관실은 “두 기관의 성격이 엄연히 다른 상황에서 정부의 통합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은화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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