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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출판] '미션 바라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골고다 언덕에 다다른 예수는 마침 자신을 대신해서 풀려나는 바라바에게서 무엇을 느꼈을까.

흔히 짐작하듯 강건하고 근육질적이며 탄력 있는 몸매를 가졌을 법한 바라바에게서 그가 한 사내로서 설핏이라도 속내가 흔들렸다고 한다면 지나치게 경망스런 생각일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다만 세속에 사는 수컷들에게는 숨이 붙어 있는 날까지는 결코 후벼내 버릴 수 없는 기질이 있다는 것이며, 알만한 사람들은 대개 이를 일러 이렇게 부른다. 깡패 콤프레샤(콤플렉스).

기억할 터이다. 남루한 항구의 극장 앞에서, 쇼윈도 환한 제과점 근처에서 다리를 떨던 사내들을 말이다. 혹은 어디메 시장통 저잣거리 입구에서 손마디를 우두둑 꺾으면서 울대 한껏 비틀어 침을 카악 배앝던 일까지 다 잊어버렸다고 하면 곤란하다.

이 책의 히어로들은 불온한 자본 사회의 시장을 숙주로 생존하고 있는, 상스러운 왜말로 야쿠자 또는 다찌왕들이었다.

이들이 예수를 오야붕으로 섬기게 되었다는 전말의 보고서가 책의 전부다. 수기투의 문장은 설익은 밥처럼 날쌍하고 조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 속이 통렬하게 어우러져 빚어내는 매력에 책을 내던질 수가 없다.

이 선교집단의 이름이 '미션 바라바' 거니와 책이름 또한 그렇다. 이 책의 유쾌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말씀으로 사람을 꼬드기는 어설픈 선교와 간증이 아니라 인생파들이 내뿜는 이야기가 읽는 이를 휘감는 터이다. 그네들이 새긴 문신처럼.

단언컨대 바라바의 어깻죽지나 팔뚝 어디에 어찌 문신이 없었다고 할 것인가. 그렇다고 우리가 굳이 팔뚝에 문신을 새겨넣을 필요까지는 없을 게다.

그저 언젠가 진리의 바늘 끝으로 자신의 영혼에 새겨 넣었을지도 모를 문신을 오늘 하릴없이 찾아보는 일은 어떨까.

소설가 서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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