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법관 24명으로 증원 … 사법부 대개혁할 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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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판 사법제도 개혁안이 골격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위원장 이주영 의원)는 17일 이용훈 대법원장을 포함해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4명으로 대폭 늘리는 내용의 사법부 개혁안을 내놨다. 이 같은 개혁안에는 PD수첩 무죄, ‘빨치산’ 추모 전교조 교사 무죄 등 잇따른 ‘이념 편향 판결’ 논란으로 이명박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벌여온 사법부를 대거 개편하겠다는 여권의 의지가 담겨 있다. 대법원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대법관을 10명이나 증원키로 한 게 그중 하나다. 대한민국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대법관은 법원조직법이 제정된 1949년 초대 대법원 이래 63년까지 9명이다가 70년대에 16명까지 늘었다. 그 뒤 83년부터 30년 동안 13~14명을 유지해왔다. 그 사이 대법관 1인당 처리 사건이 한 해 2000여 건을 넘어섰지만 대법원은 “사법부의 권위의 상징인 대법관의 증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법원 관계자는 이날 “대법관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여주려면 미국처럼 ‘상고허가제’를 도입하면 될 일인데 진짜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법관의 구성도 24명 중 3분의 1인 8명을 판사 이외의 검사·변호사·법학교수(변호사 자격) 등 비(非) 법관 출신에서 충원하게 만들어 뿌리 깊은 ‘법관 순혈주의’를 깨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제청을 하는 과정에서 법정기구인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치도록 한 것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일정 부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2011년 9월 임기를 마치는 이용훈 대법원장 등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 교체 인사를 하면서 이 같은 사법부 개혁의지가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안에 대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사법부의 대개혁을 가져올 개혁안”이라고 힘을 실었다. 개혁안에는 또 ‘고무줄 양형’ 논란과 관련해 미국·영국 서구 선진국과 같은 양형기준기본법을 제정하고,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독립기구로 만드는 내용도 포함됐다. 모든 법관이 판결에서 양형기준법과 양형위원회가 만든 양형기준을 원칙적으로 따르도록 해 판결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 또는 기각됐을 때 검사나 피의자가 고등법원에 항고할 수 있도록 ‘영장 즉시항고제’도 도입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한나라당이 대법관의 대폭 증원을 추진하자 이명박 정부가 ‘루스벨트식 대법원 개혁’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학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이 연방대법원에서 5대 4로 위헌 결정을 해 제동이 걸리자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는 개혁안을 발표해 대법원 측을 압박했다. 그러자 대법원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이주영 특위 위원장은 “미국 대법원은 위헌 결정을 하는 헌법재판소 기능도 하기 때문에 발생한 사례이지 이번 개혁안과는 관련이 없다”며 “대법관의 업무 부담을 해소하고 국민의 재판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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