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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보진료비 청구 제대로 실사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부당.과잉청구 혐의를 받고 있는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4일간 집중적인 현지심사를 벌여 52억원의 진료비와 조제료를 삭감했다.

지난해 3백65일 동안 심평원이 삭감한 7억7천만원의 일곱배 가까운 액수를 단 2주일 만에 적발해 낸 것이다.

심평원은 진료비.조제료를 신청한 2만2천곳의 의료기관과 약국 가운데 부당.과잉청구의 의심이 드는 6백38곳을 지난달 23일부터 2주일 동안 현지 확인 심사한 결과 5백70곳이 과잉.부당.허위 청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체 청구 금액의 5.7%인 52억4천6백만원을 삭감, 이중 25억원을 환자에게 돌려주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평원은 1999년 한해 동안 2백82곳의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해 3억7천만원만을 삭감했으며 의약분업이 시작된 지난해에도 그 두배 정도를 깎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심평원 최규옥 상무는 지난해까지의 심사 부실은 "심사인력 부족 때문" 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약분업 실시로 의료기관과 약국의 월 청구 건수가 6백60만건에서 2천만건 이상으로 급증했고▶외래환자가 증가해 지난해만 해도 현지 실사를 할 여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평원이 지난해만 해도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않았고 그것이 의보재정 악화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보건산업팀장은 "의약분업 실시로 심평원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점 등을 인정하더라도 직무 태만의 가능성이 있는 것같다" 면서 "직무 태만이 있었다면 보건복지부도 책임을 느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현지 심사 결과〓이번에 적발된 부당행위의 유형 중에는 저가 검사를 고가로, 단순 처치를 복합 처치로 청구하는 유형이 가장 많았다.

진료일수 늘리기, 처치 안한 행위 청구하기, 효능과 효과 범위를 벗어난 진료행위 등이 여전했다.

특히 병원 사무장이 진료하거나 간호조무사.임상병리사가 X-레이를 찍고 간호조무사가 스케일링과 침구행위.부황을 뜨는 범법행위를 한 곳도 적발됐다.

약국에선 복약(服藥)지도 미실시, 처방전 변경조제, 비(非)약사의 조제 등 의약분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가 여전했다.

한방 병.의원의 경우 전체 청구금액의 18.7%가 삭감돼 부당행위가 가장 많았다. 치과 병.의원도 13.6%, 동네의원은 6.4% 깎였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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