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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사장보다 월급 많은 외국인 임원 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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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공기업 최초로 외국인 임원이 탄생한다. 주인공은 한국석유공사의 석유개발연구원장으로 임명된 휴 롤렛(61·사진) 박사. 미국인인 그는 올해 초까지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미국의 코노코필립스에서 350여 명의 지구물리 분야 기술자를 지휘하는 최고기술책임자로 일했다.

석유공사는 또 영국 브리티시가스의 인사 책임자인 로버트 엘리어트(59)도 상근직 인사고문으로 영입했다고 17일 밝혔다. 엘리어트 고문은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회사인 루크오일의 인사와 조직 부문 부사장도 역임한 인력관리 부문 전문가다.

석유공사가 외국인 임원을 영입할 계획을 세운 것은 지난해 1월부터다. 외국회사 인수합병(M&A)과 해외 유전개발 과정에서 메이저 석유회사들과 경쟁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기술과 시장 사정에 밝은 고위급 인사가 필요해진 것이다. 마침 임원급인 석유개발원장 자리가 비게 되자 아예 영입 전담자까지 임명해 작업을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제적인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추천받아 어렵게 찾아가면 몇 마디 듣지도 않고 “관심 없다”며 돌아서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약간 관심을 보이더라도 연봉이나 복지 수준을 맞추는 일은 더 어려웠다. 롤렛 박사의 경우에도 출장 다닐 때 항상 회사 전용 비행기를 탈 정도의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앞으로는 비즈니스 좌석을 타야 하니 협상이 잘될 리 없었다. 익명을 원한 석유공사 관계자는 “계약상 연봉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공사 사장보다는 많이 받지만 전 직장에서 받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한국행을 결정한 것은 롤렛 박사가 새로 맡게 될 업무에 대한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석유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석유공사가 인수하는 회사의 전문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방안을 짜내고, 석유 관련 기술의 확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같은 일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롤렛 박사는 4월 말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행을 결정한 직후부터 한국어와 한국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연구소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워크스테이션(고성능 컴퓨터)은 몇 대가 있느냐” “직원 컴퓨터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느냐” 등 세세한 질문을 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롤렛 박사는 이 자리에서 “빨리 유전을 한 개라도 찾아내도록 노력하겠다”며 “직원들이 교육을 잘 받아야 회사가 좋은 인력을 보유하게 되는 만큼 직원교육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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