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 3백만대 생산국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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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은 3백12만대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일본.독일.프랑스에 이어 3백만대 생산국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80년대 후반 엑셀.프라이드.르망 등 소형차의 대미수출 증가와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자동차대중화 시대 도래로 자동차 1백만대 생산을 기록했다.

이는 자동차공업을 시작한지 20년 만에 이룩한 쾌거였다. 5년후(93년)에는 2백만대 생산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를 계속해 적어도 98년에는 3백만대 생산으로 세계5위의 자동차생산 대국에 등극할 것이 기대됐다.

그러나 호사다마랄까. 97년의 기아사태, 98년 IMF 구제금융 등으로 인한 급격한 경기하락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재편 소용돌이 속에서 내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가동률은 50%를 밑돌았다.

외환위기 이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산업도 구조조정 산업구조 개편이라는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 노사분규, 인수합병 등이 일어나 이제는 어느 정도 구조재편이 완료된 상태다.

올해 우리나라의 자동차생산은 국내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작년과 비교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내수 및 수출 추세를 고려할 때 지난 해보다 약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해보다는 다소 감소하겠지만 원화환율 상승과 내수부진을 수출로 타개하려는 업계의 적극적 수출전략에 힘입어 자동차 생산은 3백13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유명 자동차산업 전문 전망기관인 LMC.DRI등은 우리나라의 자동차생산을 2005년 3백60만대, 2010년에는 4백50만대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수출이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우리나라의 자동차보급률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내수시장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수출은 전세계적인 자동차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도 향상되는 등 구조조정의 성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는 선진국시장에 저가 소형차 수출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중대형 고급차, 미니밴, SUV 등 수익성 높은 차종으로 주력상품을 옮기고 있으며 품질면에서도 일본차와 비교해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조조정 이후 이제 세계시장에서 선진업체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앞으로도 국민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간산업의 하나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안수웅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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