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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F-X 사업] 中. 검증안된 핵심장비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장비 개발은 외국 입찰사들이, 성능 시험은 한국 공군이….

4조원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전투기(F-X)사업은 참여희망 기종들의 핵심장비에 대한 성능 검증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불과 보름 전 선뵌 레이더〓먼 거리에서 적기를 탐지.추격.격추하는 전자전(電子戰)형태의 현대 공중전에서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이자 귀다. 공군은 "F-X전투기는 공중전과 지상공격력을 함께 갖춰야 하므로 레이더의 성능과 안전성이 특히 중요하다" 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F-15(미국).라팔(프랑스).유러파이터(유럽 4개국 컨소시엄).수호이(러시아) 등 입찰사들이 제시한 레이더는 아직 '실험실 제품' 이거나 갓 생산돼 우리 군이 성능시험을 못한 낯선 제품이다.

미 보잉사가 F-15K 모델에 장착키로 한 APG-63V1 레이더는 지난 2일에야 버지니아 랭리 미 공군기지의 F-15C에 장착됐다.

이 레이더는 미 공군이 1997년부터 공대공 탐지기능만 갖춘 기존의 APG-63 모델의 단종된 부품을 교체하고 내장 컴퓨터의 용량을 늘리는 등 성능을 개량한 것.

그러나 미 과학재단(FAS)의 '공군 사업계획리스트' (97년)는 "APG-70에 있는 공대지 모드의 소프트웨어가 63 개량모델에 포함되긴 했지만 이 개량 사업으로 공대지 능력이 검증되는 것은 아니다" 고 지적했다.

우리 군이 요구한 핵심성능인 지상공격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이 안된 것이다.

라팔.유러파이터 역시 공중전 전용 전투기로 개발돼 현재 레이더 등 전자장비에 공대지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

라팔기에 대해선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이 지난해 11월 8일 "2001년 여름 프랑스 해군에 인도될 라팔 전투기는 폭탄을 투하하거나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으며, 이 시스템을 갖추려면 2004~2005년에나 가능할 것" 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검증 덜 된 엔진 성능〓F-15기 제작사인 보잉사가 추천한 GE사의 F-110 엔진에 대해 F-X 시험평가단 고위 관계자는 "미 공군 시험에 합격해 별도 시험 없이 성능을 인정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GE 본사 관계자도 취재팀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미 공군의 1천여시간 시험비행을 통해 기존 기종에 탑재된 미국 P&W사 F100과 성능이 비슷하다는 검증을 받았으며 가격 면에서도 훨씬 경쟁력이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F-100 엔진 생산업체인 P&W사의 군용기 담당 매니저 조 스클라사니는 "GE 엔진은 F-15에 탑재해 실제 작전을 벌인 경험이 전무하다" 고 의문을 표했다.

공군의 한 조종사(중령)도 "새로 개발된 항공기는 장기간 시험을 거쳤다 해도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며 "특히 F-15 기종에 GE 엔진을 다는 것이 처음이어서 불안감이 있다" 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F-15기의 성능을 다른 나라 도입 기종과 비교해달라는 지난달 국회측 요구에 "98년 이스라엘 공군에 인도된 F-15E 기종과 우리측에 제안된 F-15K의 항공 전자장비 및 무장능력 등에 대한 차이점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고 보고했다.

한편 프랑스 군사전문지 '에어 앤 코스모스' (2월 9일 발간)는 "다소사가 F-X 전투기용 라팔기에 장착할 엔진(M88-3)을 올 초에야 개발예산을 확정해 개발에 들어갔다" 고 밝혔다.

◇ 이제야 개발 중인 장비도〓라팔과 유러파이터는 지상 폭격 등 공대지 능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국의 선데이텔레그래프는 지난해 말 "유러파이터가 폭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인 '레이저 목표 지시기' 를 장착하는 등 성능 개조작업을 하는 중" 이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측은 그러나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배치시기인 2004년에 맞춰 모든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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