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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 불러놓고 일본 우파·시민단체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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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새역모)과 이들이 만든 역사교과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21' 의 대표들이 13일 일본 도쿄(東京)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자의 주장을 폈다.

'새역모' 회견에서 대표인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도쿄대 교수는 "군위안부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었으며 일본이 강제로 위안부를 데려왔다는 증거는 없다" 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반성을 한 독일과 그렇지 않은 일본을 비교한 질문에 그는 "일본은 충분히 사과한 데다 나치 독일과 달리 이데올로기에 의한 인종학살도 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새역모' 대표인 다쿠보 다다에(田久保忠衛) 교린(杏林)대 교수는 "외국정부가 교과서 문제에 반발한다면 일본 정부도 그들의 교과서에 간섭할 수 있다" 며 "중국.한국 교과서도 일본인을 나쁘게 표현하는 등 왜곡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과서를 읽어봤느냐" 는 질문에 "읽어보지 않았다" 고 답하면서도 "원나라의 고려 지배에 관한 기술은 거의 없고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행동은 영웅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 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시야마 히사오(石山久男)역사교육자협의회 사무국장과 하마바야시 마사오(浜林正夫)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등 '전국 네트21' 측 대표들은 " '새역모' 의 교과서는 일부 수정됐다고는 하지만 천황제를 찬미하는 등 본질적으로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고 비판했다.

이들은 " '새역모' 의 교과서는 학생들을 편협한 민족주의로 몰아가는 결과가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이시야마 사무국장은 "이 교과서가 일선 교육현장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학교와 지방의회를 상대로 운동을 벌여 일본인 중에도 양식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고 말했다.

하마바야시 명예교수는 "니시오 간지(西尾幹二) '새역모' 회장은 태평양전쟁 개전 책임의 70%가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 이라고 지적하고 "문제의 교과서는 아시아 상황뿐 아니라 미국과 관련한 역사기술도 왜곡돼 있다" 고 말했다.

아라이 신이치 일본 전쟁책임 조사자료센터 사무국장은 "최근 역사교육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세계시민의식을 심어주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새역모' 의 교과서는 편협한 민족주의만 고양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회견장에는 8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모였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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