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오른 도미니카 출신 라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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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8년 우승 당시의 레드삭스 선수들. 뒷줄 왼쪽에서 다섯째 팔짱 낀 선수가 베이브 루스. [AP=연합]

"나는 저주를 믿지 않는다.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레드삭스의 좌익수 매니 라미레스(32)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커트 실링.데이비드 오티스 등 쟁쟁한 팀 동료들을 누르고 MVP를 차지한 라미레스는 28일 4차전에서는 4타수 1안타.볼넷 1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네경기 동안 17타수 7안타(타율 0.412)에 4타점을 뽑는 고감도 타격을 뽐냈다. 특히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은 데 이어 5회에도 승리에 쐐기를 박은 적시타를 터뜨렸던 3차전에서의 활약은 눈부셨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1993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라미레스는 95년 홈런포 31개를 쏴올리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8년간 1억6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빨간 양말'을 신었다. 이적 뒤에도 한해도 거르지 않고 3할대 타율과 3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꾸준히 활약했다. 이번 시즌에도 아메리칸리그 홈런왕(43개)에 오르자 '밤비노의 저주를 풀 선수'로 일찌감치 현지 언론들에 의해 지목됐었다.

한편 뉴욕 양키스와 챔피언십시리즈에 이어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도 발목 힘줄을 꿰매는 수술을 받고 마운드를 지킨 커트 실링도 막판까지 MVP 후보로 거론됐다. 2차전에 선발등판했던 실링은 6이닝 4안타.1실점으로 팀의 2연승을 이끄는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또 피 묻은 양말에 언론의 관심이 쏠린다는 점에 착안,'루게릭병(ALS)을 삼진아웃(K)시키자'라는 뜻의 'K ALS'라는 글씨를 신발에 쓰고 나와 세계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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