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제 '이상 기류'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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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말레이시아 경제가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유력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최근 말레이시아 경제상황에 대해 "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는 줄어드는 반면 자본 유출은 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이맘때 3백30억달러를 넘어섰던 외환보유액이 현재 2백72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12일 보도했다.

20년 이상 집권하고 있는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총리의 국정운영 능력이 떨어지면서 재정적자가 늘고 자본도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 예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부실항공사인 말레이시안 에어시스템을 시가의 두배로 사들였다는 것. 이같은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인해 1993년 국내총생산(GDP)의 6%였던 재정적자는 올해 25%로 치솟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7.5%에서 6%로 낮춘 바 있다.

이에 따라 달러당 3.8링깃로 고정돼 있는 링깃화 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곧 링깃화를 평가절하(달러당 3.8링깃에서 4.2링깃으로)한다는 소문이 벌써 나돌면서 말레이시아인들 사이에는 달러 사재기 현상도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링깃화 평가절하는 경기 부양에 도움이 안된다" 며 "오히려 물가상승과 시장불안을 야기할 것" 이라고 밝혔으며, 라피다 아지즈 통상장관도 평가절하 가능성을 부인했다. 링깃화가 절하되면 달러 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형 국영기업인 테나가(전력)와 텔레콤말레이시아(통신)등이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마하티르 총리는 98년 9월 헤지펀드의 집중 공격으로 링깃화가 폭락하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정환율제를 도입했었다.

그러나 최근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자 고정환율에 묶여 있는 링깃화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말레이시아의 수출경쟁력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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