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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현장 리포트] 5·끝 신빈곤대책 세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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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꼭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을 - . 전문가들이 말하는 빈곤대책의 대원칙이다. 다음 두 사례에는 이 원칙의 중요함이 담겨 있다.

#사례1=학원을 운영하던 50대의 김원형(가명)씨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도를 맞고 가족과 헤어져 신림7동 난곡의 빈집으로 숨어들었다. 장기간의 도피생활로 주민등록까지 말소돼 '거지' 생활을 해야 했다.

신림사회복지관은 金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자신들이 설립.운영하는 민간구호단체인 'SOS기금' 에서 몇달 동안 버틸 돈을 지원했다. 金씨는 이 돈으로 노숙자가 될 뻔한 위기를 넘긴 뒤 가족과 재결합했다.

#사례2=지난해 말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입시험을 치른 金모(18)군은 주변에서 '호프(희망)' 로 불린다. 金군은 수능시험에서 웬만한 서울시내 명문대에 합격할 높은 점수(3백87점)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재수를 택했다. "서울대에 진학해 빈곤의 고리를 끊겠다" 고 생각한 것이다. 8평짜리 월세집에서 근근이 사는 金군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얼마 전 중남미까지 가 돈을 벌어왔다.

빈곤문제 전문가들은 큰 줄기로 봐 다섯 가지의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 빈곤대책도 '기초를 다지자' 〓미국의 헤드 스타트나 일본의 에인절 플랜처럼 대형 민.관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요 예산▶프로그램▶수혜 대상 등을 결정해야 한다.

정책수립의 기초가 되는 정밀한 조사.통계가 없다. 정부 어느 기관도 공식적인 빈곤률.빈곤층 규모 등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빈곤 규모 추정치를 놓고 한 시민단체와 보건복지부가 설전을 벌였을 정도로 자료가 부실하다.

빈곤의 현장을 뛰는 사회복지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난곡 지역의 경우 사회복지사 한명이 1천4백여명에 달하는 저소득층을 담당한다. 실태파악을 위한 가정방문조차 힘든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사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감사권을 가진 자자체가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민.관 협력을 강화하자〓복지제도는 정부만 나서서는 안된다. 민간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상당수의 고용안정센터가 기업체.민간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겉돌고 있다.

기업인.현장활동가 등 민간인이 복지정책의 집행에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이 참여하면 곧바로 취업과 연결되는 장점도 있다. 영국은 96년 기업인을 중심으로 복지정책 추진팀을 구성해 큰 효과를 거두었다.

◇ 자활이 핵심〓아직도 대부분의 공공근로가 허드렛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인기에 영합하는 미봉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기 실업자가 많은 현실에서 갑자기 공공근로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빈곤층의 자활과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과감히 사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시혜 일변도의 현금 지원보다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심각한 질병으로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은 자활에 앞서 재활을 유도해야 한다. 그들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해 노동력이 회복되면 자활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

◇ 자녀를 보호하라〓자녀에게 충분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빈곤이 대물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선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보육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고, 아이들이 슬럼문화에 빠져들지 않게 된다.

또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컴퓨터를 지급하고 고속통신망 등을 깔아 정보 격차를 줄여야 한다. 대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졸업할 때까지 생활비를 보조해주고, 학비는 소득공제하는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 가족을 지켜라〓미국 등 선진국처럼 자녀를 정상적으로 양육하는 빈곤층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이는 가족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방안이다. 긴급 구호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 저소득층은 재난.질병 등이 닥치면 가족 모두가 무너져 버린다. 따라서 적시에 구호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폭력 등에 시달리는 가족을 위해 일시적으로 이들을 보호하는 쉼터를 마련해줘야 한다. 또 가족이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신질환자에 대한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 함께 조사 하신 분

<신림사회복지관>

▶서병수 관장대리▶최성숙 부장▶김춘근 과장

▶이경아.박다애.김영돈 사회복지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강병철.김영미.이미혜.조성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조흥식 교수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이순형 교수

▶노원나눔의집 김홍일 신부

▶도시연구소 신명호 부소장

▶복지법인 '복음자리' 신명자 이사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순일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 문형표.유경준 연구위원

▶빈곤문제연구소 유점순 박사

▶신림사회복지관 여혜숙 가족치료사

▶서울사회복지사협회 김진학 회장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 교수

▶신림7동 송평수 구의원

▶신림7동파출소장 윤원식

▶관악자활센터 김승오 실장

▶신림청소년쉼터 김선옥 실장

▶김치골공동체 최윤정 대표

▶낙골교회 김기돈 목사

▶수도권주민자치연구모임 김혜경 대표

▶희망교회 전춘우 목사

▶낙골공부방 이경희 교사

▶나눔물산 문양임 대표

▶서울공부방연합회 이미화 회장

▶난곡지역단체협의회 이명애 간사

▶LG화학 김동식 차장

기사가 연재되는 동안 개인.기업.단체에서 '난곡' 주민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고마운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참할 뜻을 가지신 분들은 한림대가 운영하는 신림종합사회복지관(02-851-6753)으로 연락해 주십시오. 독자와 지역 주민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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