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석방은 미국·중국 윈-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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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정찰기 승무원들의 석방소식이 알려지자 미 정찰기 불시착 현장인 하이난(海南)성 전체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전투기와 미국 정찰기 충돌사건의 현장으로 하이난성이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만큼 이곳 주민들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이난성 주민들은 정찰기 승무원 석방 발표가 나자 일단 분노의 반응을 보였다. 외국 취재기자들이 몰려 있는 원화(文華.만다린)호텔 앞에서 만난 류궁(劉貢.식당업)은 "우리 조종사가 아직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있는데 범인들을 석방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며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최소한 (미 승무원들의) 일부라도 잡아둬야 한다" 고 말했다.

劉는 이어 "저들(미국정부)로부터 시원한 사과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이렇게 무력하게 물러설 수는 없다" 며 주먹을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택시기사 멍센룽(孟賢龍)도 "실종 조종사 왕웨이(王偉)동지를 찾을 때까지 절대 (미 승무원들을)풀어줘서는 안된다" 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孟기사는 그러나 "이번에 미국에 중국이 어떤 국가인지 분명하게 알았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과 싸워 승리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투자회사를 경영하는 리슝(李雄)은 "오만한 미국 정부로부터 일단 사과를 받아낸 것은 중국이니까 가능했다" 고 말하고 "그동안 우리 정부가 의연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며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부 천광메이(陳廣美)도 "우리 정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합법적인 외교경로를 거쳐 일을 처리한 것은 '법치' 와 '합리' 를 중시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보여줬다" 고 말하고 "이점은 미국 정부가 한 수 배워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기자들은 중국 정부가 적절한 시점에서 절묘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평가했다. 해남일보의 옹밍치우(翁明丘)기자는 "모든 것을 다 얻으려다간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고 말하고 "중앙 정부가 절묘한 시점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은 평가할만한 부분" 이라고 말했다.

翁기자는 이어 "만일 중국이 당초 입장을 계속 견지했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을 것" 이라며 "승무원 석방조치는 중국에 타협의 여지를 제공한 미국, 그리고 이를 적시에 받아들인 중국 모두가 승리한, 이른바 '윈-윈 게임' 이었다" 고 평가했다.

11일 오전 6시30분 하이커우 만다린 호텔내에서 만난 중국 정부의 한 관리도 "이번 석방결정은 인도적 관점에서 중앙이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 말하고 "어쨌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돼 홀가분하다" 고 말했다.

미국 협상단의 살로메 헤르난데즈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부활절(15일) 이전에 승무원들을 석방키로 한 것은 매우 현명한 판단" 이라며 "앞으로 양국은 보다 긴밀한 접촉으로 손상된 신뢰를 신속하게 회복해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하이커우(하이난)〓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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