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사 ‘정치적 활동’ 자제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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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15일 회의를 열고 판사들의 단체 활동에 대해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활동을 자제하라”는 권고 의견을 냈다. 이번 권고 의견은 최근 잇단 ‘편향 판결’ 논란 이후 이른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등 법원 내 사조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치적 활동 자제’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윤리위원회는 먼저 “판사의 단체 활동은 장려할 일이나 직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일정의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권고 의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법관 윤리강령을 근거로 삼아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단체 활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적이거나 법관의 독립성·공정성·청렴성을 훼손하는 단체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발 더 나아가 “외형상 그렇게 비칠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윤리위는 또 “대중적인 논쟁에 참여하는 것도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외부에 공개되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판사가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 등을 가리킨 것이다. 이와 함께 “단체의 구성원 또는 운영 내용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모임 역시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리위는 단체의 운영 자금이 투명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상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운영자금을 받는 단체는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단체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성격이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종종 모임의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최근 판사들의 단체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법원 외부 시각을 충분히 반영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윤리위의 권고 의견은 강제성을 띠지는 않지만 이 의견을 명백하게 위반할 경우 법관윤리강령을 어긴 것이 될 수 있어 법관징계법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법원 외부 인사가 과반수인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 의견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대법원은 이달 초부터 우리법연구회 등 법원 내 사조직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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