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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가구주 실직률 76%… 가정마저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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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70년대와 2001년이 공존하는 곳, 서울 신림7동의 난곡.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소득층 밀집지역(11~19통)과 중산층 거주지(1~9통)는 딴 세상이다.

이 가운데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달동네' 에는 유난히 홀로 사는 노인이 많다. 취재팀이 이 지역 2백가구를 면접 조사한 결과 '나 홀로' 가구가 27%(53가구)였다. 전체의 18%(36가구)는 이른바 독거(獨居)노인들이다.

산 중턱에 사는 60대의 김중환(가명)씨는 10여년째 혼자 지내고 있다. 그에게는 아내와 2남2녀가 있다. 하지만 오래 전 실직에 이은 가정 불화로 가족이 흩어져 거의 남처럼 지내왔다. 두 아들은 수년 전 결혼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어디에 사는지조차 모른다.

아내.딸들과 가끔 전화로 연락하는 게 고작이다. 아내는 중풍으로 몸져누워 막내딸의 간호를 받고 있고, 큰딸은 결혼해 분가했다. 金씨는 취재팀에 "내가 폐병을 앓고 있는데 돈이 없어 자식들이 무시한다" 고 토로했다. 하지만 아내가 악착같이 돈을 벌어 자식들을 교육시킬 때 술에 빠져 지낸 자신의 잘못은 인정했다.

이곳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이 모두 가족들에게서 버림받은 사람은 아니다. 마땅한 부양가족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는 金씨처럼 가난이 몰고온 가정의 위기를 제대로 못 넘긴 사람들이다.

가정의 불화나 결손은 가난의 확대.고착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최근 선진국들이 복지정책을 펴면서 가족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 난곡 저소득층의 16%가 편부모 가정이고, 가구주의 실직률은 76%였다. 35%는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실제로 한 차례 이상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11%나 됐다.

가정 폭력.불화 등 가족문제와 관련해 33%의 주민이 '가정 상담이 필요하다' 고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는 8%만이 상담을 받았다.

기획취재팀〓이규연.김기찬.이상복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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