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종 조종사 영웅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왕웨이(王偉), 당신은 어디 있는가' . 6일 중국 신문들의 1면은 실종된 조종사 王을 애타게 찾는 글로 덮였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1면은 큼직한 컬러 사진으로 울먹이는 王의 부모 왕밍(王明)과 왕웨친(王月琴)의 사진을 게재해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나와 당신의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 는 王의 아내 롼궈친(阮國琴)의 절규는 중국인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5일 밤 늦게 王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중국에는 현재 '영웅 왕웨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968년 4월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출신인 그의 고향 집엔 후저우 당서기와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평소 행실이 바르고 애국심이 유달리 강했던 王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새우고 있다.

중국 공군에 입대하기 직전 王이 다녔던 후저우의 제4고교는 '미국과 맞서 싸운 영웅 왕웨이를 배출한 학교' 로 중국의 인기 사이트인 신랑왕(新浪網)에 소개됐다.

또 王의 동창들은 긴급 동창회를 조직, 王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이같은 王의 영웅화는 곧바로 중국의 애국주의 고양으로 이어지고 있다.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도 "아들이 자랑스럽다" "손자(王鼎)도 잘 키워 조국을 보위하는 군인으로 만들겠다" 는 부모의 말은 중국인의 애국심에 불을 지폈다.

중국의 네티즌들도 '王의 무사 귀환을 위해 오후 4시 모든 차량이 경적을 울리자' '가슴에 모두 흰 꽃을 달자' '집집마다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게양하자' '미국은 중국을 깔볼 수 없음을 똑똑히 알라' '강대한 중국을 건설하자' 등의 글을 올리며 애국주의로 치닫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