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영구 평화를 위한 외로운 산책자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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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 편의 에세이를 연상케 하는 산뜻한 제목과 달리 내용은 전쟁이 없는 세상을 염원한 루소(1712~1778)의 국제정치 관련 주요 논문을 번역한 묵직한 책이다.

루소의 4개 글을 번역한 뒤 해제(解題)를 쓴 김용구(서울대 외교학과)교수는 "탈근대의 국제정치 구조를 조망하는 오늘날이야말로 루소를 다시 음미해야 할 시점" 이라고 말한다.

김교수에 따르면 루소는 인류가 이성의 힘으로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순진한 희망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선 전쟁이 필요하다는 정치사회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루소는 이러한 상태를 실제의 '전쟁' 과 구별하여 '전쟁상태' 라고 규정한다.

요즘말로 하면 냉전과 열전의 구별에 해당한다.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에 대한 통찰이 루소를 '외로운 산책자' 가 되게 했던 것이다.

루소의 「생-피에르 사(師)영구평화안 발췌문」 「영구평화안 비판문」 「전쟁상태론」 「정치경제론」 은 기실 김교수가 30년 전에 처음 번역한 논문들인데 이번에 현대적 연구성과를 반영, 완전히 새로 번역했다.

『사회계약론』이나 『에밀』 같은 루소의 근대정치사상에만 주목하는 국내 연구 실정에 국제정치에 대한 루소의 새로운 면모를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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