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수출전선 이상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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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축 국면에 접어든 세계 경제의 난기류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대로 높아져 달러화로 계산하는 수출품의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3월 수출은 지난해 3월보다 0.6% 줄었다. 유럽과 중국을 제외한 미국.일본.동남아 등 주력 시장에서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경제동향실장은 "미국과 일본의 경기 둔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한 것" 이라며 "월 중 무역수지는 흑자를 냈지만 수출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축소균형이 문제" 라고 지적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일 최근 수출 동향에 대한 분석보고서에서 "미국 수입시장이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국간 대미(對美)수출 경쟁이 심해지고 엔화가치가 하락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 이라고 진단했다.

갈수록 거칠어질 조짐을 보이는 통상마찰도 수출에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주가하락.경기둔화.대량감원, 일본의 장기불황.엔화약세.실업증가, 동남아의 통화가치 불안.부진한 구조조정에 유럽의 광우병.구제역 파문까지 겹치는 등 수출전선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대우자동차 등 주력 수출업체들이 구조조정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수출 증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일본의 엔화 약세는 아시아 시장의 동반 침체를 가져오고 있다. 서울대 이창용 교수(경제학)는 "수출에 원화가치 약세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경쟁 상대인 일본의 엔화가 약세이고 세계 시장이 수축되고 있기 때문" 이라며 "환율 변동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차분하게 외부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고유가로 여유가 생긴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캐나다.프랑스.오스트리아 등 틈새 시장에 대한 수출을 늘리겠다" 며 "수출이 다소 부진해도 5~6%로 잡은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洪실장은 "주변 여건이 어려운 때일수록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며 "감당할 수 있는 물가관리 수준을 정한 뒤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철호.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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