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고속도 무인카메라 모두 '먹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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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신공항고속도로에 과속차량 단속용으로 설치된 12대의 무인(無人) 속도측정 카메라가 모두 작동이 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개항에 앞서 카메라 몸체만 설치됐을 뿐 아직 경찰의 컴퓨터와 연결이 안돼 단속기능이 없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제한속도(시속 1백㎞)를 훨씬 초과해 질주하는 차량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어 대형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왕복 6, 8차선의 직선도로여서 충분히 과속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도로를 관장하는 신공항하이웨이측과 단속을 책임진 경찰의 준비 부족으로 빚어진 사태다.

◇ 무용지물 카메라=서울 방화대교에서 인천공항까지의 40.2㎞ 구간 여섯개 지점에 상.하행선 한대씩 모두 12대가 설치됐다. 이중 네대는 단속기능을 가진 진짜이고, 여덟대는 촬영기능 없이 과속 방지 효과를 위해 달아놓은 소위 '먹통 카메라' 다.

문제는 단속용인 네대가 아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진행 중인 컴퓨터 연결 작업과 한달간의 시험운영이 끝나는 오는 6월말에야 제대로 기능을 갖추게 될 것" 이라고 밝혔다.

◇ 준비 안된 행정〓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민자(民資)도로여서 당초 경찰에서는 카메라 설치 계획이 없었는데 지난해말 신공항하이웨이측이 '과속이 우려된다' 며 협조를 요청해왔다" 며 "개항날짜에 맞춰 일단 기계 설치만 끝낸 상태" 라고 설명했다.

무인단속 카메라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최소한 6개월의 준비기간이 걸리나 뒤늦게 요청하는 바람에 개항일에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공항하이웨이는 삼성물산.한진중공업 등 11개사가 도로의 건설.관리.운영을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출자한 회사다.

그럼에도 건설교통부는 지난달 30일 "4㎞ 간격으로 12대의 무인 속도측정기를 설치해 과속을 철저히 단속 중" 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실제로는 스피드건 두 대뿐〓경찰은 현재 신공항고속도로를 맡은 11지구대가 보유 중인 네대의 이동단속기(스피드건) 중 두대만 투입해 과속 단속 중이다. 관계자는 "하루 1백50건 정도를 단속하지만 통행량이 4만~6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시늉만 내는 정도" 라고 말했다.

◇ 곳곳 초고속 질주〓무인 카메라가 엄포용이라는 사실이 일부 알려지면서 시속 1백50㎞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택시 운전기사 宋모(40)씨는 "심야에는 일부 승용차들이 시속 2백㎞로 목숨 건 질주를 벌이기도 한다" 고 우려했다.

인천공항공사측은 "대형 인명사고 위험에다, 사고로 교통이 막힐 경우 공항 운영마저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황" 이라며 "경찰이 이동단속기를 더 투입하는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우.강정현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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