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1년 만에 뿌리 내린 ‘천안학’ 기업인·연예인들도 천안을 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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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천안의 4년제 대학 중 공주대(천안공과대, 2학기 개설 예정)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커리큘럼에 천안학을 포함했다. 수강생들 사이 천안학 인기가 높아진데 따른 결과다. 특히 다른 지역 출신 수강생들은 천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그 인기 비결은 단연 전문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강사진이다.

지난해 가을 천안학을 수강하는 나사렛대 학생들이 천안 병천의 유관순 추모공원을 찾아 유 열사 동상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고 있다. 나사렛대는 매학기 200명이 천안학을 수강하고 있다. [나사렛대 제공]

장형옥 삼성전자 전무 3회 연속 출강

“천안·아산에는 삼성전자·삼성SDI·삼성코닝정밀유리·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및 그 협력회사 200여 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들의 총 매출은 42조원입니다. 종업원은 3만2000명으로 연 인건비는 약 1조5000억원입니다. 이 돈 중 50%가 천안·아산에서 소비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 이들 회사는 총 600억원의 지방세를 천안·아산시에 납부하고 있지요.”

학생들 사이 강의 인기가 높은 삼성전자 장형옥 천안아산단지장(CEO)은 지난해 1학기 첫 ‘출연’ 이후 연속 3회 출강하고 있다. 실제 경영일선에서 겪은 이야기가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장 단지장은 천안의 IT산업이 세계 첨단 산업 현장에서 점유하는 비중 및 IT산업이 천안 발전에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독립기념관 이정은 책임연구위원의 ‘국민누나 유관순의 삶과 꿈’ 주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강의 자료 프레젠테이션 첫 머리는 국민요정 김연아의 날렵한 피겨스케이팅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관순(17세) 열사와 김연아(20세)가 꽃다운 나이에 국민적 영웅이 된 것에 착안한 것이다.

이 위원은 『유관순』 평전을 펴낸 유 열사 연구 전문가답게 학생들이 알기 쉽게 이야기를 푼다. 3·1운동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강의는 자연히 한국근대사를 꿰어 간다. 어떻게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저항의 싹을 키웠는지. 유 열사가 다닌 이화학당을 세운 스크랜턴 목사, 2대 학장을 지낸 서사덕 부인(외국인), 유 열사의 이화학당 친구 보각스님 등이 자료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올해 또 새로운 강사들이 등장했다. 김용웅 충남북부상공회의소 회장, 김주현 독립기념관장, 이도학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 류창기 천안교육장 등이다. 이들은 8개 대학을 돌며 강의하게 된다

지난해 수강 학생 6개 대학 1671명

지난해 천안학을 이수한 학생은 총 1671명. 1학기 때부터 개설한 3개대(1,2학기 통틀어 나사렛대 430명, 상명대 430명, 호서대 281명)와 2학기 개설한 남서울대(200명), 단국대(200명), 한국기술교육대(130명) 등 6개 대학 학생이었다.

이수 학생들은 해당 학교에서 2학점을 인정받는다(상명대 1학점). 올 1학기 수강학생을 감안, 2학기 수강생을 추정하면 올해 수강생은 총 2000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 대학은 주관교수가 지정돼 커리큘럼을 짠다. 16주 중 2주는 대학 별 자율특강으로 진행한다.

지난 학기 단국대의 경우 정길융 명예교수가 ‘천안의 풍수지리’, 이효선 주관교수가 ‘천안의 재래시장’를 강의했다. 한기대는 오석송 강사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영’ 전운기 총장의 ‘한기대의 비전과 미래’, 남서울대는 공정자 총장의 ‘바람직한 지도자가 되는 삶’, 상명대는 이재근 주관교수의 ‘안서동천의 의미’ 권석환 교수 ‘동아시아 속의 천안’ 등을 강의했다.

학생들 강의 만족도 높아

천안발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천안학 수강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천안에 대한 인식 및 천안학 수강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조사대상은 2학기 강좌를 연 6개 대학의 814명이었다.

수업 만족도를 물었다. “매우 만족” 106명(13%), “만족” 357명(44%), “보통” 279명(34%). 보통 이상으로 답한 학생이 91%(742명)였다. 천안학 수강 후 천안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는 학생이 53%나 됐다. 천안학 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66%가 동의했다. 수강 후 천안 호감도가 높아져 천안에서 직업을 갖고 싶다는 학생들도 많아졌다(46%).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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