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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광받는 특성화고 ⑨] 나주 전남 미용고등학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절반은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하얀 홑이불을 덮고 침대위에 누웠다. 절반은 하얀 가운을 입고 누운 급우들의 머리맡에 섰다. 중지로 화장품을 찍어 침대위 급우들의 얼굴에 바른후 부드럽게 문지른다.

"뺨부터 부드럽게 손가락을 모아 돌리면서..." 오명진 (피부관리) 교사의 강의는 여성의 피부만큼 만큼 부드럽다.

▶ 미용고 학생들이 류정미 교사의 바디페인팅 실연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

교실 좌우로 나뉜 학생들이 가발을 둘러쓴 마네킹 앞에 섰다. 모두 오른손에 가위, 왼손엔 빗을 들고 분주하다. 자르고 빗고 그리고 훑어내리고. 바닥엔 금방 시꺼먼 머리들이 나뒹군다. 민경미(헤어컷) 교사는 학생들의 손놀림에 만족한 표정이다.

"친절한 마음이 미용사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성심(誠心)이 없으면 고객의 얼굴이 아름다워질수 없지요."

#3

류정미(메이크업)교사가 화장품 함을 연다.줄잡아 100여개는 될듯한 형형색색의 화장품이 들어있다. 브러시로 그중 하나를 찍어내더니 모델학생 얼굴에 덧칠을 한다. 학생들은 친구들 얼굴에 화장을 하며 류교사를 곁눈질 한다. 류교사는 얼굴 페인팅을 하고 있다.

모델학생 얼굴은 흡사 키메라를 닯았다.

"패션쇼에 등장하는 패션 메이크업 입니다. 2학년 수업이지만 전문적인 분야까지 들어가지요."

어느 미용전문학원의 강의풍경이 아니다. 나주 전남 미용고(http://www.jn-beauty.hs.kr) 학생들의 수업모습이다. 수업 하나하나는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이다. 때문에 2학년만 되면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아르바이트가 가능할 정도다.

서울에서 400여km를 달려 도착한 나주. 나주평야의 젖줄인 영산강 지척,높다란 언덕위에 깔끔한 건물하나가 자리잡았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교명은 영산포여자상업고등학교였다. 개설과목은 정보처리와 상업다지인. 지난해 3월1일 학교가 미용특성화고등학교로 개편되면서 '전남미용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이 학교는 전국 최고 미용고등학교로 꼽힌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전국 최고라는 자리에 오른것은 아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지원하는 학생들이 없어 폐교 직전까지 몰렸다.

"당시 상황으로는 폐교를 피할수 없어 보였습니다. 학급당(30명 정원) 지원자는 8~9명에 불과했으니까요. 고민끝에 미용과를 한 한급 신설해 운영해 보기로 학교측과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당시 도 교육청 장학사로 학교의 어려움을 지켜봤던 김인숙 교장의 회고다. 그는 상업디자인과 정보처리라는 과목 자체가 나주라는 지역 환경과 너무 동떠러져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미용이라는 취업위주 학급을 신설하자 지원자수가 정원을 넘어섰다. 수업참여 자세도 좋았다. 졸업후 수습과정 없이 취업이 가능한데다 자기 스스로 미용실을 운영할 수도 있다는 잇점때문이었다.

학교는 이듬해인 2002년 가사계열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됐고 지난해는 미용과를 2개학급으로 늘렸다. 올해는 3학급으로 늘렸고 오는 2007년부터는 1,2,3 학년 12 학급을 모두 미용과로 채울 계획이다.

경쟁률은 해마다 높아져 지난해에는 48명 정원에 111명이 지원 2.3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올해는 72명 정원에 233명이 지원, 3.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교장은 "합격생들의 성적도 좋고 수업분위기도 좋아 졸업생들의 취업율(대학진학 포함)은 100%에 가깝다"며 "위기에 처한 실업계 고교들도 하루빨리 지역 특성에 맞는 특성화교육을 서둘러 도입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미용고 학생들이 컷트수업시간에 머리를 동료학생들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수업은 헤어미용과 피부관리, 메이크업 네일아트등 4개 교과과목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헤어미용 과목에서는 모발원리, 헤어컷, 퍼머넌트 웨이브,염색, 셋팅, 샴푸, 린스등을 배우고 피부관리에서는 피부유형에 따른 피부관리, 여드름기미관리, 클렌징,팩과 마스크 메이크업은 신부화장, 계절메이크업, 환타지,패션메이크업등을, 네일아트에서는 습식메니큐어, 아크린닉메니큐어, 네일팁, 페이큐어, 핫크림메니큐어, 네일디자인등을 배운다. 그러나 전남미용고의 최고 장점은 단순히 미용기술만 가르치지 않고 미용인의 자세와 윤리성,법규를 같이 강조한다는 것.

민경미(헤어컷) 교사는 "미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친절함, 즉 인성"이라며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인성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미용 공부를 하다 보니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미용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미용사 자격증 취득 시험시 필기시험이 면제되는 특전이 주어진다.

지난 6월 실시된 미용기능서 국가자격증 시험에 응시자 전원이 합격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83.5%가 합격했다.

요즘에는 보다 전문적인 미용학습을 위해 대학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졸업생의 46.7%가 대학에 진학했다.

타지역 학생들의 경우 기숙사 생활도 가능하다. 올 3월 완공된 기숙사(4인1실)에는 62명이 입주해 있다.

문민자양(2년)은 "수업이 실습위주고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다"며 "졸업후 취업해 최고의 미용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예슬양(1년)도 "내가 원해서 학교를 선택했고 적성에도 맞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며 "미용실습 뿐만 아니라 이론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올해 원서접수는 10월21일부터 11월5일까지 실시하며 신입생 전형은 11월10일 실시된다. 합격자 발표는 11월15일. (전화:061-332-1183)

나주=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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