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3월] 차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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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형광등>

가느다란 막대라도 빛이고 싶었다

구석진 사글세방 천장에 엎드려서

엉켜진 어두움들을 풀어내고 싶었다

낮이면 햇빛 아래 잊혀져 버렸어도

밤잠 못 이루는 사람들 곁에 켜져서

졸리운 눈을 비비며 환해지면 좋았다

꼬리쪽이 검어진 어느 날 그 저녁

껌먹이다 껌먹이다 끝내 죽고 말아도

한 생애 빛이였다고 기억되면 되었다

권보희 <충남 예산군 예산읍 주교리 1구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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