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글, 스마트폰 게임 심의 놓고 정부와 갈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글로벌 정책을 고수할까, 한국법을 따를까.’

미국의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인 구글이 한국 내 게임 서비스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폰’으로 불러쓸 수 있는 4400여 건의 모바일게임 콘텐트를 한국법상 사전심의를 통하지 않고 지난달부터 온라인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 김재현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현행법상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라 구글 측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은 “세계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한국만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의 게임 논란=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 있는 아이템의 유해성 여부는 일단 개발자의 양식에 맡기고, 이용자의 제보나 불만이 접수되면 회사가 심사해 해당 아이템을 삭제한다. 익명을 원한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사전심의 시비로 게임서비스를 차단하는 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이용자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우리 회사의 기본 방침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구글이 서비스 중인 안드로이드마켓의 모바일 게임들은 모두 불법 유통되는 셈이다. 이 법에 따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앱 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은 게임 카테고리 자체를 없앴다. 애플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 내에 일부 게임이 있지만 모두 게임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 회사 윈도모바일 OS의 스마트폰 국내 이용자들을 위해 오픈마켓인 ‘윈도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하다가 올 1월 차단했다. 한국MS의 백수하 이사는 “게임 사전심의 절차가 있어 이를 무시하고 서비스할 경우 법적 문제가 있었다. 국내법을 존중한다는 것이 MS의 방침이었다”고 말했다.

◆변화 못 쫓아가는 제도=문체부와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 업체, 게임 개발자들은 “확산되는 스마트폰 문화를 현행법이 뒤쫓아가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고윤전 박사는 “아이폰 이용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앱스토어의 게임카테고리를 차단했는데도 미국 주소 등을 활용한 해외계정을 만들어 게임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1% 정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게임위원회가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오픈마켓 게임들을 심의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리라 본다. 개발자와 서비스 회사의 자율심의 기능을 믿는 쪽으로 관계 규정이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 문제와 관련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문체부의 김재현 과장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오픈마켓 등에 올라오는 개인 창작 게임이나 용량이 적은 게임은 심의등록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