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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문학, 춤, 그림 … 음악극의 바다에 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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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연주자가 등장한다. 청중은 조용히 앉아 음악을 듣고 감동한다. 박수와 함께 공연이 끝난다.’ 통영국제음악제의 김승근(42)이사가 묘사한 ‘보통 음악회’의 풍경이다. 대신 그는 ‘특별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당연 통영음악제를 염두에 둔 말이다. “올해 통영이 음악회에 대한 통념을 바꿀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2010 통영국제음악제의 관객은 독일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만나고, 러시아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빅토르 알렉산드로비치 하르트만의 그림을 감상한다. 프랑스의 진보적인 안무가 자비에 르로이의 몸짓도 볼 수 있다. 9회째인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제는 ‘뮤직+(Music+)’. 다양한 장르가 음악과 만난다는 의미다. ‘서주와 추상’ ‘꿈’ ‘공간’ ‘동과 서’ 등 작곡가 윤이상(1917~95)의 작품 제목에서 따오던 주제가 처음으로 변신했다.

◆박정자가 음악제에=김 이사는 “음악회라고 단순히 연주만 잘 하면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장르간의 만남이 최근 음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대관령 국제음악제 또한 음악과 이미지·텍스트의 만남을 주제로 삼았다. 배우 윤여정씨가 나와 여류시인 앤 색스턴의 작품을 낭독했고, 영화 ‘미녀와 야수’가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연출에 따라 음악과 함께 상영됐다. 화음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화음 프로젝트’도 대표적인 장르 혼합형 공연이다. 작곡가가 미술 작품을 본 후 곡을 쓰고, 청중은 그 음악과 함께 본래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음악회. 2002년 이후 91회 열렸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이러한 장르 융합의 경향을 총정리한다. 헝가리 작곡가 죄르지 쿠르탁이 카프카의 짧은 글 40편에 음악을 붙였다. 소프라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할 때 연극배우 박정자씨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연극일까 음악일까. 작곡가 신나라씨의 음악극 ‘섀도(shadow)’. 2008년 국제극예술협회 음악극 공모 입상작이다. 신씨의 음악극 ‘에코’가 20, 21일 통영국제음악제 무대에 오른다. [신나라씨 제공]

작곡가 신나라씨는 이번 축제를 위해 미디어 아티스트·극본가·안무가·연극 연출가와 함께 작업했다. 신씨가 내놓는 작품은 음악극 ‘에코’다. “소프라노가 연극 배우처럼 연기를 하고 음악이 철학적 텍스트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통적인 작곡 공부를 위해 독일 칼스루에로 유학을 떠났다가, 여러 장르가 한꺼번에 만나는 음악극에 빠졌다”며 “‘음악회는 듣는 경험’이라는 개념이 유럽에서부터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무용·영화 합세=울산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김홍재는 음악에 그림을 더했다. ‘전람회의 그림’은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가 그림 10장을 보고 쓴 작품. 울산시립교향악단은 이 그림을 끄집어내 보여준다. 무소르그스키의 친구인 화가 하르트만의 그림인 ‘난쟁이’ ‘옛 성’ ‘튈르리 궁전’ 등이 무대 위에서 음악에 맞춰 상영된다.

음악에 무용을 더한 안무가 자비에 르로이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지휘하며 직접 몸을 놀려 ‘지휘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다. ‘해운대’ ‘괴물’ 등의 영화에 참여했던 작곡가 이병우씨는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며 영화와 음악의 접점에 대해 메시지를 던진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가 음악이 평면에서 입체로 진화하는 과정을 통영에서 그려낸다.

▶2010 통영국제음악제(www.timf.org)=19~25일 경남 통영시 통영시민문화회관, 도천테마파크 등. 자세한 일정은 음악제 홈페이지 참조. 02-3474-8315.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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