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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부시행정부 '오른쪽 날개' 만 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0년 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를 능가하는, 가장 극우적인 성격의 행정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시는 중도로 갈 것이라던 당초의 예상을 뒤집고 우익 인사들조차 놀랄 극우파들을 백악관과 행정부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이건과 닉슨의 경우 선거 때는 우파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일단 당선하면 그들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부시는 선거 때는 '온정적 보수주의' 라는 중도노선을 표방했는데 당선되자 우익으로 기우는 이상한 길을 가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부시의 이같은 우파 우대가 신행정부의 외교 및 통상정책 추진과정에서 지나치게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우파들은 백악관과 국무부 등의 핵심자리에 속속 임명되고 있다.

법무부의 경우 우익의 약진이 두드러져 보수적인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와 친한 래리 톰프슨은 부장관에 지명됐고 클린턴의 화이트 워터 청문회에 관여했던 마이클 체토프가 범죄국장이 됐다.

돈을 주무르는 행정예산관리국(OMB)에도 우익인사들이 대거 임명돼 보수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또 백악관은 부시의 연설문 작성을 위해 위클리 스탠더드, 내셔널 리뷰 등 보수적 언론의 기자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국무부에선 레이건 행정부 때 니카라과 반군 지원을 맡았던 오토 리치가 라틴아메리카 책임자가 됐다. 또 보수적인 대학의 행정대학장 출신인 케이 제임스가 인사관리를, 흑인 우대정책의 열렬한 반대파인 시어도어 올슨이 모금정책을 맡게 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딕 체니 대통령이 관여했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지적했다.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 체니 부통령 고문인 니나 리즈, 국무부 국제국 책임자인 폴라 도브리안스키 등은 헤리티지 출신이다.

또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책임자인 존 볼튼과 부시의 경제고문인 로런스 린지, 경제자문위를 맡은 다이애나 퍼치고트 로스는 미국 기업연구소에서 추천했다.

이 때문에 우익들 사이에서 "부시가 레이건보다 훨씬 낫다" 는 말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를 몇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레이건 시대에 양산된 젊은 보수주의자들이 이제 지도급 인사들로 변모했다는 점이고, 둘째 정부의 복지정책 쇠퇴와 함께 미국 문화가 점점 더 보수성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레이건 행정부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 내에는 보수주의의 견제세력이 없다는 점을 우익 독주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와 함께 당선과정에서 정통성 시비를 받은 부시가 "대통령을 우습게 보지 못하게 하려면 인사가 제일 중요하다" 는 충고에 따라 개별 인물들에 너무 매달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에서 견제세력이 사라지면 엉뚱한 결정이 나올 수 있는데 부시측은 그런 위험성을 모르고 있다" 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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