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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걷기 좋은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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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우리 지역의 ‘걷기 좋은 길’을 물었을 때 ‘일산 호수공원’만 떠오른다면 다음 이야기에 주목하자. 고양 시민들에게 걷고 싶은 길을 알려주기 위해 ‘고양올레’ 이성한 대표, ’고양올레 길을 만드는 사람들’ 최경순 대표, 고양소식 ‘고양올래’의 정회룡 사무국장이 나섰다.

생태계의 보고 '장항습지'

정회룡(49·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사무국장은 ‘장항습지’를 권했다. 지난 2006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장항습지는 김포대교와 일산대교 사이 2.7㎢ 규모의 국내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와 갯골·시기에 따라 펼쳐지는 갯벌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고양시와 인근 김포시는 물론 서울에까지 산소를 공급해주는 훌륭한 산소탱크 역할도 하고 있다.

정씨는 추천 이유로 “도심과 근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68년 김신조 습격 사건 이후 출입제한으로 수십 년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천연 그대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장항습지에는 국제자연보호연맹의 적색보호종인 고라니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원앙, 환경부가 정한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개리·저어새·붉은발말똥게 등 21종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고라니는 단위면적당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다.

생태계의 보고인 장항습지에 갈 때는 야생동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노랑·빨강 같은 원색의 옷은 피해야 한다. 또 군사보호구역인 만큼 관할 군부대인 9사단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최소 일주일 전에 관련 절차를 마치는 게 좋다.

▶문의=고양환경운동연합 031-721-7001


아름다운 자연과 슬픈 사연

최경순(48·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대표는 ①관산동 필리핀참전비→②소현세자 후손들 묘역→③최영 장군 묘(사진 위)→④대자산 정상→⑤고양향교·중남미문화원→⑥벽제관지(중국을 오가는 사신들이 묵었던 곳·사진 아래)→⑦선유동 신수영 묘→⑧귀성군 이준 묘→⑨늘봄농원→⑩용복원→①필리핀 참전비로 돌아오는 코스를 꼽았다.

최씨는 14km에 이르는 이 코스를 ‘아름다운 자연과 슬픈 사연’이라 이름 붙인다. 고양시에서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 중의 하나인데다 비극적 종말을 맞은 최영 장군 등 역사 속 인물들의 묘역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KBS드라마 ‘추노’ 속 소현세자의 후손들이 잠들어 있는 곳을 지나면 최영 장군 묘역을 만나게 된다. 최영은 “황금보기를돌 같이 하라”는 아버지의 유훈을 좌우명으로 삼고 평생을 청백하게 살아온 인물로 이성계와 대립하다 죽음을 맞았다. 신수영은 연산군의 처남으로 중종 반정 당시 반정군의 칼에 죽음을 당했다. 이준은 조선시대 최연소 영의정을 지냈지만 역모로 몰려 유배를 가게 된다. 역사적 인물들의 묘역을 지나 경사가 완만한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지나는 곳이 늘봄농원과 용복원이다. 최씨는 “나무와 길이 이룬 멋진 조화에 반해 다시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느린 걸음으로 4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숲길·강길 따라 이어지는 걷기 여행

이성한(43·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대표는 ①원당역→②배다리술박물관→③쥐눈이콩마을→④신원동 고목나무→⑤월산대군 종친 묘역→⑥매봉산 능선길→⑦송강마을(사진)→⑧공릉천 길→⑨쥬쥬동물원을 지나는 코스를 추천했다. 이씨는 “역사적 인물들의 흔적은 물론 숲길과 강길을 두루 걸으며 백로와 원앙을 만날 수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원당역을 출발해 숲길을 걷다 보면 250년이 넘은 고목나무를 만나게 된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조선시대 덕종의 맏아들로 자연에 묻혀 일생을 보낸 월산대군의 사당이 나온다. 이어 사미인곡으로 유명한 송강 정철의 시비·송강이 낚시를 했다는 송강소와 송강모퉁이· 그의 애첩인 강아의 무덤 등이 있는 송강마을을 지나 공릉천길에 다다른다. 공릉천의 겨울은 철새 탐조가, 여름에서 가을까지는 초록빛 옷을 입은 메타세콰이어가 감성을 깨워준다. 15km 거리의 코스는 주변의 경관을 마음껏 즐기면서 걸으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진설명]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장항습지는 고라니와 철새들의 놀이터다.

<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
[사진 제공=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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