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블로거가 본 영등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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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따라 우리 동네도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무심코 지나던 한강은 낭만적인 강이 된다. 매일 스쳐지나던 공원의 나무는 지친 심신을 위로 한다. 하루의 시간만 내면 가능하다. 파워 블로거 두 명이 ‘영등포구 재발견 여행’에 대해 들려줬다.


가야 하는 곳이 어디든, 기꺼이 떠난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영등포 여행’은 의외였다. 지난 1월 온라인 카페 ‘여행블로그기자단’에 영등포 투어 모집 공지가 떴을 때 김미소(32·마포구 대흥동)씨는 “늘 다니는 가까운 곳이 여행지가 되리라곤 예상 못했다”고 전했다. 전형걸(29·성동구 성수동)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10년간 서울에서 지냈지만 딱히 볼 곳이 있을까”라며 의아해했다. 그래도 기꺼이 떠났다.

첫 여행지인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국내외 이곳저곳을 다녔던 김씨는 “여행할수록 내가 잘 모르던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 했다. 익숙한 도시인 서울을 여행하는 것도 다를 바 없었다. 매일 지나치며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은 또 다른 발견이었다.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인 전씨에게도 그랬다. “영등포구하면 낙후된 이미지가 강하죠. 정치와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여의도를 영등포와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요.”하지만 전씨에게 영등포구는 여행지로 손색이 없었다. “한강이 흐르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이 있고, 서남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타임스퀘어 옆에는 오랜 전통의 재래시장이 있어요. 다른 여행지와 마찬가지로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지역이더군요.”

다시 바라보게 된 장소 중 인상 깊었던 곳은 ‘샛강생태공원’이다. “차가 씽씽 달리는 도심에 그런 생태공원이 있는 줄 몰랐다”는 김씨는 “맑은 공기에 인공 설치물 하나 없는 자연 그대로의 공원을 알게 돼 기뻤다”고 했다. 김씨는 샛강생태공원 자원봉사자 추종순씨를 인터뷰 한 얘기도 전했다.

영등포구에서 30년 살아온 분이시더군요. 샛강생태공원의 진면목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 분 표현에 따르면, 그곳은 ‘어떤 망나니가 찾아와도 공원을 제대로 본 후엔 사람이 되어 나갈 수 있는 곳’이래요.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곳이라는 의미죠.

전씨에게도 샛강생태공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사진은 현장감이 가장 중요하죠. 여행 당일 안개가 자욱하게 꼈어요. 다른 장소에서는 방해가 됐을 법한데, 봄을 기다리는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죠.”

전씨는 출사족(야외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선유도 공원도 추천했다. “계절별로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죠.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관찰해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죠.”

김씨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날 외엔 갈 일이 없던’ 63시티도 꼽았다. “아쿠아리움인 씨월드 정도만 알고 찾아갔다가 건물 맨 꼭대기에 있는 미술관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어요. 서울에 살면서 전망대에 오른 적도 처음이고요.”

김씨는 “영등포구 여행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서정적인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한강시민공원에서의 운동도 좋고, 국회에서 여의도공원을 거쳐 여의도역까지 걷는 길도 눈에 아른거려요. 예전에 국회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엔 미처 몰랐던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복잡하지 않으면서 절제된 단정함이 묻어나는 도시였어요.”

전씨는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한번 영등포구 여행에 나설 참이다. “새싹이 돋고 날씨가 맑은 날에 다시 둘러보고 싶어요. 그때가 되면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사진설명]파워 블로거 김미소(왼쪽)전형걸씨가 양화대교에서 여의도 방면을 촬영 중이다. 그들은 이번 여행이 “영등포에 볼만한 곳이 있을까?”라는 오해를 뒤집었다고 말한다.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여행블로그기자단 =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온라인카페.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이 국내 여행지를 알리는 일을 한다. 지난 1월엔 영등포구 일원을 둘러보는 ‘영등포구 팸투어’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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