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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김인숙·이동하 … 자전적 소설 9개를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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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소설은 말이지… 내 인생이 소설책 열 권인데… 개 같은 인생이 소설책 백 권도 더 되는데… 그걸 그냥 쓰면 안 된다 이그요. 빌어먹을 기계로 우당탕탕 치는 것도 아니라 이그요. 소설이란 건 말이지, 이 해삼처럼, 있는 힘을 다해 딱딱 씹어 삼키는 거라 이거요. 이 해삼처럼….’

무게감이 작지 않은 소설가 9명의 자전적 소설을 묶은 소설집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현대문학)가 최근 출간됐다. 인용한 대목은 소설가 김인숙(47)씨의 단편 ‘해삼의 맛’ 중 일부분이다. 인생이 한스러운 버스기사 ‘그’가 어느 날 포장마차에서 술에 취해 앞자리에 앉은 김씨의 소설 속 분신인 젊은 여대생에게 털어놓는 넋두리다.

작가의 실제 체험만큼 소설 쓰기 적당한 소재도 없을 것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사적인 얘기를 털어놓는 데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흥미를 더한다. 소설집에 작품을 보탠 작가들의 면면은 제법 화려하다. 김씨 외에 박완서·이동하·윤후명·김채원·양귀자·최수철·박성원·조경란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월간 ‘현대문학’ 1, 2월호에 나눠 소개했던 것을 책으로 묶었다.

소설가 이동하씨는 ‘감나무가 있는 풍경’이란 작품에서 한국전쟁 통에 목격한 한 불우한 피난민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박완서씨는 표제작인 단편 ‘석양을…‘에서 남편과 외아들을 3개월 간격으로 보내야 했던 아픔을 전한다. 우리 시대 작가들의 문학적 백그라운드, 나아가 한국 사회의 이러 저런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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