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금리 인상 차기 한은 총재 몫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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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로 출구전략은 다를 수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0월 출구전략의 ‘국제공조’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에 참석해서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합의한 ‘출구전략의 국제공조’와 조금 다른 톤의 발언이었다.

마치 정상들의 합의를 이 총재가 뒤집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금융위기가 지구촌을 덮쳤지만 나라별로 충격은 달랐다. 회복 속도도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가 일사불란하게 똑같은 시기에 같은 강도의 출구전략을 쓴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정상들의 합의는 ‘느슨한 공조’였다.

지난달 2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G20 중앙은행 부총재·재무차관 회의에 참석한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출구전략의 공조라는 게 모든 국가가 동시에 같은 조치를 취하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협력하되, 각국이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출구전략을 펴자는 뜻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유연한 ‘저강도 출구전략’은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내놓았던 비상 대책을 상당수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위기 때 시장에 공급했던 원화와 달러화를 모두 회수했다. 정부의 은행 외화채무 지급보증 같은 지원도 대부분 종료됐다. 한은은 총액한도대출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은 이미 진행 중이다.

최대 관심사는 기준금리 인상이다. 좁은 의미의 출구전략이라고 하면 결국 기준금리 인상을 말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위기 이전 연 5.25%이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2월까지 연 2%로 낮춘 뒤 1년 넘도록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11일 열리는 금통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는 통화정책 방향을 논하는 정례회의로 이성태 총재가 마지막으로 주재한다. 그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시장에서는 동결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를 끝낸 뒤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달 사이에 이 기류를 바꿀 만한 변화는 없었다.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지만 신호가 뚜렷하지 않다.

외부 변수도 불확실하다. 미국·중국의 긴축 움직임과 그리스의 국가 부도 위기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도 긴축으로 돌아서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금리인상 결정은 후임 총재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새로 임명될 총재와 금통위원들은 출구전략의 시기 선택과 관련해 어느 때보다 큰 부담을 지는 셈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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