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기업이 상생하며 경쟁력 강화 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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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82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세계 1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전 세계 200여 국가 중에서 자원도 적고 국토도 비좁은 우리나라가 이룩한 경제적 성과는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그러나 경제력을 넘어 한 국가의 종합적인 경쟁력 수준까지 고려하면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2009년 세계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57개 국가 중 27위에 머물렀다.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는 133개 국가 중 19위에 머물렀다.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제 성과가 아직도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는 기업·국민·자연환경 등 매우 다양하다. 이번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 한 명의 스포츠 스타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기분 좋은 사실이다. 삼성이나 LG를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상당수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됐다.

그러나 국가 경쟁력 제고에 있어서는 기업의 역할은 개인보다 중요하다. 과거 유럽의 못사는 나라였던 핀란드가 노키아라는 글로벌 기업을 통해 국가 경쟁력이 강화됐듯이, 민간 기업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은 수없이 많다.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즐비한 미국, 손꼽히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독일 등 기업 경쟁력을 통해 국가 경쟁력이 향상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세계 시장점유율 7.8%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결국 국가 경쟁력과 기업 경쟁력은 서로에게 보완적인 영향을 주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한 활동보다는 국가와 기업의 상생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더욱 효과적이며 빠른 길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춘선 한국생산성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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