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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럽이 '가축공황' 빠져들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광우병에 이어 영국에서 번지고 있는 구제역(口蹄疫)으로 유럽 전체가 '가축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19일 구제역이 발생한 영국에서는 가축 도축에 따른 축산농가의 직접 피해는 물론 곳곳에서 학교수업이 중단되고 공원과 경마장 등이 폐쇄되는 등 일상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도 잇따라 영국산 가축을 도축하는 등 구제역 비상이 유럽대륙으로 확산하고 있다. 닉 브라운 영국 농무장관은 지난달 27일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내린 가축이동 금지조치를 2주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http://www.maff.gov.uk).

지난달 19일 잉글랜드 북부의 한 돼지 농장에서 첫 발생한 구제역은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영국 전역으로 번져 열흘 만에 10개 지역 22개 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많은 인파가 모이는 경마 경기를 전면 중단하고 럭비 경기 일정도 일부 취소했다. 또 발생지역의 각급 학교는 수업을 중단했다. 공원.동물원 출입도 금지됐고 각지에서 실시 중인 군사훈련도 모두 취소됐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난달 26일 폭설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흙 속에 들어있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질 것을 우려, 제설작업을 포기했다.

영국 정부는 비상조치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주요 보행로의 시민 통행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영국의 이슬람 단체는 신도들에게 가축을 잡아 제물로 바치는 연례 종교의식을 해외에서 치르라고 권고했다. 또 지난달 27일까지 모두 7천여 마리의 돼지.소.양 등을 도축한 뒤 불태웠고 피해 농가에 대한 보상금으로 1억5천2백만파운드(약 3천억원)를 배정했다.

구제역 파문은 정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는 5월로 예정돼 있는 총선의 실시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선거유세로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면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집권 노동당은 구제역 피해 농민의 표를 의식, 선거 연기 주장에 적극적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7일 브뤼셀에서 수의위원회를 열어 영국산 육류 및 가축에 대한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오는 9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예영준.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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