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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윈도] 북, 자본주의 현장 학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금 워싱턴에는 아주 특이한 외국손님들이 머물고 있다. 그들은 바람과 같다.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분명히 스쳐 지나가고 있다.

그들은 북한의 외무.경제 관료들로 구성된 심포지엄 대표단 다섯명이다.

단장은 유엔대표부 공사를 지낸 한성렬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이며 단원은 무역성.무역은행 관리들이다. 대표단은 27일 낮(현지시간) 도착했다.

이들이 워싱턴에 온 것은 미국의 민간 경제전문가들과 토론회를 열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1956년에 창립된 민간 스탠리 재단과 워싱턴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학의 동아시아 연구소, 아.태문제연구센터(이사장 김영진 조지 워싱턴대 교수)등이 이들의 방미를 후원하고 있다.

북한 관리의 미국 연수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 방문은 시기적으로 민감한 관심을 끌어 도착 수일 전에 미리 서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지난 1월 중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중국 시장경제의 중심인 상하이(上海)를 둘러본 후 세계는 사회주의 철옹성인 북한이 과연 중국식 개혁을 시작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은 북한 관리들인 것이다.

따라서 다섯명의 북한인은 매스컴의 주인공이 될 법한데 도착시간.대표단 명단.숙소.면담일정.심포지엄(2월 28일~3월 2일) 장소 등 모든 것이 철저히 안개에 가려져 있다.

후원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표단이 비공식 방문인 만큼 모든 것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들이 찾아오면 심포지엄 장소를 바꿀 것" 이라고까지 했다.

북한 대표단과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상대방의 경제체제.상거래방식.투자방법 등 궁금한 것에 대해 묻고 답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로 대두된 양국 교역활성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워싱턴 밀행은 거꾸로 자본주의에 대한 탐색 강도를 증명하는 것일는지 모른다.

북한은 은밀히 자본주의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닐까.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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