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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허영자 '무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돌 틈에서 솟아나는

싸늘한 샘물처럼

눈밭에 고개드는

새파란 팟종처럼

그렇게

맑게

또한 그렇게

매웁게

-허영자(1938~) '무제'

아직 잔설은 남아 있고 꽃샘 추위는 가시지 않았지만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웅크리지 말고 집안에서 뛰쳐나와 대지의 그 넉넉한 품에 한번 안겨보라. 어디서든 생명의 싱싱한 몸짓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얼어붙은 돌틈에선 샘물이 솟아오르고 채 녹지 않은 눈밭에선 지난해 가을에 파종한 새싹들이 파랗게 움트고 있다. 이 세상에 생명보다 더 아름답고 힘차고 소중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그것이 세속에 물들지 않고 불의에 굴하지 않음에랴.

오세영(시인)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오세영씨가 오늘부터 '시가 있는 아침' 연재를 맡습니다.

▶1942년 전남 영광 출생▶서울대 국문과 박사▶68년 '현대문학' 으로 등단▶현 서울대 교수▶주요 저서〓『한국낭만주의 시연구』 『상상력과 논리』등과 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벼랑의 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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