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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D-30 인천신공항] 中. 공항길이 고생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광주시에 사는 30대 회사원 A씨의 가상 상황.

4월 13일 미국 출장을 위해 인천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오전 10시 뉴욕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A씨는 전날 밤 광주를 떠나야 했다. 김포공항에서 탈 때는 두시간 전 도착을 감안해도 오전 6시쯤 집을 나서면 충분했다.

그러나 김포에서 인천까지 다시 이동해야 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도저히 당일 출발로는 시간을 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광주공항에서 김포행 밤 비행기를 탄 A씨는 도착 후 공항 인근 여관을 잡았다. 비행기 요금 5만5백원에 여관비 3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다음날 오전 7시쯤 일어난 A씨는 서둘러 여관을 나온 뒤 인근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8시쯤 김포공항 옛 국제선 2청사에 마련된 도심공항 터미널로 갔다.

A씨는 수속도중 김포공항 시절보다 6천원이나 오른 국제여객 공항이용료에 놀랐다. 20여분을 기다려 수속을 마친 A씨는 공항밖으로 나와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요금은 5천원.

상춘객이 몰린 탓에 차가 조금 지체돼 40여분 뒤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은 9시가 넘고 있었다. 이때까지 손가방을 싣고 내리기만 네번을 해야 했다.

신공항 개항 뒤 지방거주 해외 여행객들이 겪을 고충을 미리 그려본 것이다.

◇ 모든 것이 비싸다〓공항 이용객들은 주머니 돈을 꽤 준비해야 한다. 우선 자가용으로 신공항 고속도로를 이용해 공항에 가려면 편도 6천1백원, 왕복 1만2천2백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편도 가격만 해도 서울~대전간 고속도로 요금(6천원)과 맞먹는다.

또 출국전 내야 하는 여객이용료도 김포공항(9천원)보다 6천원이나 오른 1만5천원이다. 여기에 관광진흥기금 1만원을 합하면 2만5천원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1만6백원, 말레이시아 세팡공항 1만2천원, 홍콩 첵랍콕공항 7천1백원 등에 비하면 너무 비싸다.

대중 교통요금도 비싸다. 지자체별로 버스회사 등과 요금을 협상 중이나 시내외 버스와 리무진의 요금도 대략 5천~1만5천원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는 김포까지 1천3백~5천원이다. 주차비도 기본 30분 1천2백원에 15분당 6백원으로 김포공항(기본 1천원.15분당 5백원)보다 20% 정도 올랐다. 결국 서울에서 리무진 버스로 가더라도 왕복을 감안할 때 교통비.공항이용료만으로도 최소 6만원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항공사들도 추가 부담에 허덕이긴 마찬가지다. 국내 항공사들의 경우 국제선 관련 시설을 영종도로 이전하면서 격납고 등 각종 부대시설을 새로 짓느라 1천여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공항측이 항공사들로부터 받는 공항시설이용료도 현행 김포공항(약 2천3백달러)보다 43% 가량 인상한 대당 3천3백달러선으로 결정됐다.

올해에는 19.7% 인상된 2천8백달러를 받지만 역시 부담스럽다. 사무실 임대료도 김포공항보다 20~30% 비싸고 직원에 대한 교통비 보조 등 부담도 커진다.

◇ 대안없는 유일한 접근로〓인천국제공항까지의 육상 접근로는 지난해 12월 5일 개통된 신공항 고속도로 하나뿐이다. 현재 제시되는 대안이라곤 월미도~영종도, 율도~영종도를 오가는 페리호뿐이다. 그러나 공항이용객 대부분이 수도권 시민이어서 수송 기여도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공항고속도로 운영사인 ㈜신공항 하이웨이측은 "1조원대의 민자를 투입한 도로라 투자비 회수를 위해 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며 "그러나 첨단 교통정보 시스템과 각종 비상 대비책을 갖춰 소통은 원활할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접근로가 없는 만큼 폭설이나 대형 교통사고 등 만일의 경우 큰 혼란이 빚어져 많은 사람이 비행기를 놓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두배로 힘드는 지방 승객〓항공사들에 따르면 부산.제주 등 극히 일부 노선의 몇편을 제외하곤 지방에서 인천공항으로 직접 연결되는 비행기는 없을 전망이다.

당초 건교부와 공항측은 개항 초기 원활한 승객 수송 등을 위해 영종도와 지방도시간 연계 항공편을 다수 취항시키려 했다.

그러나 항공사측이 "수요도 불확실한 곳에 어떻게 비행기를 투입하느냐" 며 난색을 표해 이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항공사측은 향후 승객의 증가추이를 봐가며 노선 신설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대구.광주와 신공항간 노선의 경우 예상 승객이 하루에 고작 20~30명 내외여서 적자가 뻔하다" 고 말했다. 이래저래 지방 승객들에게 해외 출국은 국내선 비행기와 버스를 번갈아 타는 고행의 길이 될 것 같다.

영종도〓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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