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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박재규 통일부 장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오는 3월 1일이면 통일부가 정부부처로 설치된지 32년이 된다.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수장이 25명에 이르나 현 박재규(朴在圭)장관만큼 ‘의미있는 시절’을 보낸 장관은 없다는게 중평이다.지난해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답(未踏)의 경지로 전환해가고 있는 남북관계 조율의 한 축을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쉽게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금년에도 남북한은 역사의 이정표가 될 사건들을 엮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의 주역중의 한 명인 朴장관을 본사 통일외교팀 안성규 차장이 만나 남북관계의 현주소,향후 전망 등을 들어보았다.

-26일부터 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치러집니다.물론 여기까지 온 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이벤트성으로 흐른다는 비판도 나옵니다.이산의 아픔을 근본적 치유할 청사진은 갖고 있는 겁니까.

“올해안에 이산가족 찾기 신청을 한 10만명의 생사·주소확인을 완료하겠습니다.특히 이산가족 교류의 시간·비용 절감을 위해 서울과 평양의 특정장소에서 첨단 통신장비를 이용해 가족들이 매일 나와 상봉 할 수 있도록 북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통일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산가족 면회소의 연내개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이번에는 이산가족들이 정부를 믿어도 되겠습니까.

“상봉기회의 확대와 제도화를 위해 금년내에 경의선(京義線)연결지점에 항구적 면회소 설치를 추진하고,그 이전에는 판문점과 금강산에 임시면회소를 설치 ·운영하는 문제를 4월3일부터 열릴 4차 적십자 회담서 논의토록 하겠습니다. 또 설 ·추석 같은 명절과 6.15선언 발표일 등 계기 때마다 방문단 교환을 하고 고향방문도 실현되도록 추진하겠습니다. 물론 1백% 확언은 할수 없으나 정부로선 할수 있는 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퍼주고도 끌려다닌다’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으신 것으로 압니다.이는 통일부가 대북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일부 오해나 우려는 남북관계가 대결·반목에서 급격히 화해협력으로 전환된데 따른 것으로 생각합니다.여하튼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여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높여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시기를 두고 말이 많은데요.정말 오긴 오는 겁니까.

“답방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정부는 남북관계에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조기에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보고있으며 올 상반기중 실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답방 준비에 3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셨는데 준비상황은 어떻습니까.

“1차때와는 달리 남북간 충분한 사전조율을 거쳐 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 등을 준비하겠습니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께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내달 중순 범정부차원의 추진기구도 만들어 ‘국민과 함께하는 정상회담’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남북간 비밀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막후접촉이 없다' 는 정부의 발표를 어떻게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지난해 첫 정상회담은 남북간 통로가 없는 가운데 국정원 등의 비공개 접촉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이제는 통일부도 판문점을 통한 채널이 있어 비선(秘線)에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시간을 늦추더라도 국민에게 오해받을 일은 하지 말라는게 金대통령의 당부이기도 합니다.”

-1차 정상회담 때는 평화문제가 제대로 논의가 되지않았다는 비판여론이 있었습니다.이번에는 이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됩니까.

“먼저 두 정상은 지난해 6.15공동선언이 잘 이행해 나가고 있는지 의견을 나누겠죠.여러 의제가 있겠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천방안과 북한의 어려움을 도울 수 있는 협력방안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50만t의 쌀과 옥수수를 북한에 주었습니다.올해 비료나 식량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북한이 필요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성의껏 지원한다는게 정부 기본입장입니다.하지만 금년도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는 결정된 바 없습니다.”

-전력지원 문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무조건 지원은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전력지원은 다른 사안과 달리 송배전 시설 등 기술적 문제의 검토가 필요합니다.실태조사와 실무협의 결과를 본뒤 신중히 결정하겠습니다.“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건설 중인 경수로 발전소 공사가 북한근로자의 부분파업 등으로 순조롭게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데요.3월초부터 우즈베키스탄인력 2백50명이 투입된다고 하는데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걱정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이 지난해 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가입했기 때문에 노무인력 투입은 절차상 문제가 없습니다.또 북한인력 사용이 배제되는게 아니므로 북한의 반발은 크지않을 것으로 봅니다.”

-국내 일각과 미 조야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경수로 발전소를 화력발전소로 대체해 지원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바 없고 북한도 원치 않는 것으로 봅니다.또 합의 개정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공기단축이나 비용절감도 되기 어렵습니다.특히 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것이란 우려는 북한이 재처리 기술·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과연 개혁·개방의 길을 택할지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金위원장의 ‘신사고’발언은 개혁·개방으로의 정책전환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평가됩니다.이를 통해 중국식 모델을 원용하는 가운데 제한적 북한식 개혁·개방이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한이 내달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당정의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경제정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습니다.통일부는 북한의 향후 정치일정을 어떻게 보고 있으신지요.

“노동당 전당대회 조기개최설 등은 올들어 북한이 보여준 변화 조짐과 관련된 것으로 봅니다.새 정책 채택과 인사·조직개편의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되나 구체적 징후는 포착된 바 없습니다.”

-지난 15일 북한은 납북자 이재환씨의 사망사실을 통보해 왔습니다.李씨는 정부가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다고 밝힌 인물이라 사인(死因)등 의혹이 제기되는데요.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적절한 기회에 북측에 李씨의 사망시기 등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영훈(徐英勳)한적총재는 한우(韓牛)를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 분께서 북측의 어려움을 돕고 싶으신 마음에서 용의를 밝히신 것으로 이해합니다.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아직 그런 논의는 없습니다.”

-최근 남북관계 진전으로 인해 통일부의 업무가 폭주하고 있지만 정부의 인력감축으로 인해 남북회담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일문제 ·회담 전문인력 양성 등을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

“55년만의 남북관계 전기를 맞아 어려움만 토로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급한 곳을 서로 도우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남북관계 업무를 감당할 인적자원의 확보는 간절한 사안입니다.”

만난사람-안성규 차장

정리=이영종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박재규 장관 약력>

1944년 경남 마산 출생

67년 미 페어리디킨슨대 정치학과

70년 미 뉴욕 사회과학원 박사과정 휴학(군 복무)

73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74년 경희대 정치학 박사

86년 경남대 총장

92년 한.러친선협회장

96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97년 한국대학총장협회장

99년 제26대 통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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