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컬렉션] 베토벤 '3중 협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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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베토벤이 남긴 6편의 협주곡 중 2개 이상의 독주악기를 위한 작품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첼로를 위한 3중협주곡' (1804년)이 유일하다. 피아노 3중주를 협주곡의 장르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바로크 시대의 합주협주곡(콘체르토 그로소)에 충실한 작품이다. 음색이 다른 여러 개의 독주 악기를 위한 협주곡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18세기 후반 만하임 악파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다.

'3중 협주곡' 은 초기 낭만주의의 풍부한 화성과 바로크 음악의 섬세한 필치가 어우러진 한 편의 걸작이다.

피아노 3중주라는 자체의 완결성을 갖춘 앙상블이 오케스트라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협주곡의 묘미를 더해준다. 첼로협주곡을 단 한 곡도 남기지 않았던 까닭인지 베토벤은 이 작품에서 바이올린.피아노에 비해 첼로에 높은 음악적 비중을 부여했다. 악장마다 첼로 독주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1969년 9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녹음 스튜디오로 즐겨 사용하는 베를린 예수그리스도 교회에서 만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과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는 이 역사적인 명반을 탄생시켰다.

세계적인 명연주자들이 모였으니 제각기 튀는 연주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바로크적인 섬세함과 절제와 대화를 미덕으로 삼는 실내악적 감수성을 발휘하고 있다. 협주곡이든 교향곡이든 모든 음악은 앙상블에서 출발한다는 교훈을 주는 음반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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