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클럽 버터플라이' 사회성 투영 시늉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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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논란이 됐던 스와핑(부부교환) 문제를 다룬 독특한 영화 ‘클럽 버터플라이’(감독 김재수)가 다음달 3일 개봉한다.

우선 과감한 소재가 눈길을 끈다. 스와핑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붕괴시키는 사회악아라 할 수 있으나, 좋든 싫든 요즘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사회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클럽 버터플라이’는 스와핑을 제대로 뚫어보지 못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터부시된 스와핑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 시도는 평가할 만하지만 그 발상의 새로움을 번듯한 영화 한 편으로 완성시키는 데는 힘이 부친 듯하다.

스와핑엔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마저 물건처럼 교환되는 이 시대의 비틀린 성의식이 투영돼 있다. 그만큼 스와핑은 사회적인 문제인 것이다.

아쉽게도 ‘클럽…’에선 이런 사회성이 살아 숨쉬지 못한다. 직장에서 힘을 못쓰는 혁(김영호), 일에만 몰두하는 그의 아내인 경(김선영)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그늘을 담아내려고 했으나 변죽만 울리는 데 그친다. 대신 영화의 많은 부분을 성애 장면에 할애해 관객의 눈을 잡아두는 데 치중한 인상을 준다.

스와핑을 다룬 영화로는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이 연출한 ‘아이스 스톰’이 유명하다. 리안 감독은 스와핑을 매개로 1970년대 초반 미국 중산층의 흔들리는 삶을 보여줬다.

이처럼 민감한 소재를 다루려면서 선정적 화면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사회에 대한 나름의 진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정호 기자<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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