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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스펙 쌓기 ③ 김도현<중산고 2>

중앙일보

입력

“노블레스 오블리주…. 최선을 다해 번 돈으로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일 아닌가요. 쉽진 않겠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워렌 버핏을 꿈꾸는 김도현(서울 중산고 2)군에게 입학사정관 전형은 목표가 아니다. 원대한 꿈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일 뿐.


“우리 딸 성현(가명·초등 2년)이가 너무 산만하고 또래보다 공부도 뒤처져 걱정이 컸죠. 학교가기도 너무 싫어했는데 며칠 전에는 자기가 먼저 가방매고 학교에 다녀오겠다는 겁니다. 이제야 비로소 공부에 재미를 붙여가는 것 같아요. 모두 선생님 덕분입니다.” 일본인 아내와 함께 가락시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문모(45·송파구 가락동)씨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선생님’은 다름 아닌 김군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다문화가정 봉사활동은 김군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언론을 통해 사회보호대상자를 많이 보긴 했지만 그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직접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전에도 해외 입양아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는 누나가 주축이던 봉사활동에 단순히 힘을 보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었다. 그러다 고교에 입학해 꿈을 CEO로 정하면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 자녀 학습도우미로 활동

“저 혼자 돈 많이 벌어서 호사를 누리며 살면뭐합니까. 다같이 잘 사는 사회가 더욱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가가 되고 싶어요.”

노인요양센터에서 홀로 봉사활동을 이어가던 김군은 지난해 여름방학 이후 아예 친구 7명을 모아 ‘Love in Action’이라는 봉사동아리를 만들었다. 다문화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1대1 학습도우미로 활동하자는 뜻을 모으고 곧바로 봉사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연결된 곳이 송파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였다. 김군이 맡은 성현이는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뒀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초등 2학년이지만 기본적인 셈은 물론이고, 한글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다. 김군은 “성현이가 ‘ㅣ’는 알지만 ‘ㅏ, ㅓ’나 ‘ㅗ, ㅜ’와 같이 비슷한 모음도 구별을 하지 못했다”며 “다음 만남부터 집에서 내가 직접 만든 한글 플래시 카드로 자음, 모음 공부를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30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성현이를 위해 칭찬 스티커로 작은 선물을 주기도 했다. 그러기를 두 달. 갑자기 성현이가 김군에게 “선생님, 공부를 잘하면 뭐가 좋아요”라고 물었다. 김군은 “돈 많이 벌어서 성현이가 하고 싶은 일을 뭐든지 할 수 있을거야. 엄마 고향인 일본도 마음대로 다녀올 수도 있고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다음 공부시간부터 성현이의 태도가 달라졌다. 산만하던 성현이가 1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군은 “빨리 공부하자고 재촉하는 성현이를 볼 때면 뿌듯하다”며 “이런 보람을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Love in Action’은 아직 정식 동아리 등록을 하지 못했다. 일단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에 동아리 등록 후 후배들을 모아 봉사 규모를 키울 생각이다.

각종 경제캠프 참여, 롤 모델 인터뷰 예정

김군은 학업과 봉사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각종 캠프와 교육프로그램에도 참가한다. 지난 1월말에는 케이블방송 업체인 CJ헬로비전 이관훈 대표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를 계기로 김군은 이 대표를 자신의 롤모델(role model·본받고 싶은 사람)로 정했다. “3명이나 공개입양을 하신 분이에요.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말이 행동보다 앞서선 안된다’ ‘열정과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 대표를 만난 후 김군은 새로운 동기부여를 위해 또 다른 인터뷰 계획을 세웠다. 1학기 내에 증권회사 대표, 제일은행 M&A 담당자, 경제신문 기자를 만나는 게 1차 목표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강남구청에서 주최한 글로벌창의인재양성과정에도 참여했다. 주어진 과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능력을 측정하는 이 대회에서 김군은 전체 3위인 리더십 인재상을 수상했다. 또 한국은행에서 인터넷으로 진행하는 청소년을 위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듣고 있다. 방학 중에 진행하는 한국은행 청소년경제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경제경시도 지금부터 서서히 준비할 생각이다.

현재 학교 내신성적 상위 3~4%대에 수능모의고사 상위 98%대를 유지하고 있는 김군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작성을 겸해 자신의 활동일지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김군은 “지금은 비록 성적이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지만 열심히 공부하면서 동시에 목표에 맞춰 착실하게 비교과활동을 해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진설명]김도현군은 입학사정관제를 겨냥해 한국은행 경제교육 참가, CEO 인터뷰로 멘토 만들기, 봉사동아리 조직·활동 등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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