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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닷컴들 '유료화 대모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2면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온 인터넷 사이트들이 속속 유료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동안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짜 서비스에 주력했는데 그러다 보니 적자가 늘어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은 지난 7일 고객들에게 e-메일로 책을 추천해 줄테니 출판사에 추천료를 내라고 통보했다.

지금까지는 아마존측이 자체적으로 판단, 좋은 책 또는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추천료를 낸 출판사들의 책만 '특별한 대접' 을 받게 된다.

이런 대접을 받기 위해 출판사가 아마존에 내야 할 돈은 권당 최고 1만달러. 그러면 '아마존의 추천도서' 가 e-메일로 2천5백만명의 회원들에게 전달된다.

광고비라고 생각하면 수천달러는 출판사에게 그다지 큰 돈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공짜에 길들여진 습관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도서 추천으로도 돈벌이를 한다는 비난을 얼마간 누그러뜨리기 위해 양서는 종전처럼 돈을 받지 않고 소개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액의 리베이트와 무료 배달서비스도 차츰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아웃포스트닷컴은 가장 대표적인 마케팅 포인트였던 '24시간 내 무료배달' 서비스를 폐지하고 1백달러 미만의 주문에는 배달료를 받기로 방침을 바꿨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MSN서비스를 3년간 계약한 개인용 컴퓨터(PC)구매자에게 4백달러를 되돌려주던(리베이트)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인 MSN 메신저를 통해 공짜로 걸던 인터넷 전화도 없어진다.

리베이트 제도에 힘입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3위로 뛰어 오른 MSN은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이 제도를 스스로 폐지키로 한 것이다.

MSN의 맹추격을 받아오던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어스링크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마케팅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MS의 조치를 반기고 있다.

MSN과 거의 비슷한 시장점유율(4.7%)을 가지고 있는 ISP 주노온라인은 인터넷 무료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시간 상한선을 설정했다. 또 회원들에게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계속 받고 싶으면 컴퓨터를 쓰지 않는 시간에는 남는 정보처리용량을 연구소 등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주노는 고객의 컴퓨터 유휴 용량을 판매하는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새로운 수입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업계 1위인 AOL도 현재 월 21.95달러인 기본 정보사용료를 적당한 시점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올들어 유료 서비스로 전환한 업체는 무수히 많다.

무료 팩스서비스 업체인 제이패스.e팩스도 그런 예다. 음성메일 서비스회사 버즈미도 올부터 회원들에게 음성사서함 사용료로 한달에 4.95달러씩 받고 있다.

유료화는 일단 회원수 급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인터넷 사이트로선 모험이다. 그러나 이들은 적자 누적으로 아예 문을 닫느니 이같은 시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알타비스타는 올 초 전체 직원의 25%인 2백명을 감원하고 검색서비스를 제외한 다른 포털서비스는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야후.NBC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 오던 ISP업체 스핀웨이는 누적 적자로 아예 문을 닫았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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